본문 바로가기
Hot한 이슈들

<그 해 우리는> 최우식표 '최웅' 수채화처럼 안방을 물들이다

by Ms.만능 2022. 1. 11.

 <그 해 우리는> 최우식표 '최웅' 수채화처럼 안방을 물들이다 



배우 최우식이 이렇게 매력적이었던가.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 속 최우식이 연기하는 최웅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이런 감정이 수시로 솟아올라 복합적인 의미로 꽤 혼란스럽습니다.

 

 

 

 


최웅(최우식)의 매력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타고난 금수저'라는 점과 '성공한 신비주의 감성작가 고오'라는 점을 제외하고 또렷한 포인트가 좀체 잡히질 않아 더 답답했습니다. 한껏 물을 머금은 엷은 수채화처럼 작품 속에 서서히 번지는 그의 존재가 여타 다른 작품 설정 속 백마 탄 왕자님들처럼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과하지 않은 은은한 매력, 그 자연스러움, 실제 현실에 있음직한 존재 자체가, 그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드라마 속 최웅은 적당히 소심합니다. 그리고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태도를 종종 내비치기도 합니다. 무려 5년 만에 찾아온 전 여자친구 국연수(김다미)에게 오래전 계획했던 대로 물과 소금을 뿌리는 엉뚱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연수가 이를 두고 서운해 힐난하자 "내가 유치하게 안 굴고 진지했으면 감당할 순 있었고?"라고 맞받습니다. 정확한 판단입니다. 덕분에 두 사람의 재회는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타인에게 보이는 얇은 외피를 벗겨내면, 그 안에 비로소 진짜 최웅의 진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짙고 뚜렷한 내면입니다.

 


이런 모습은 국연수를 대할 때만 드물게 나올 뿐, 통상의 최웅을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는 오히려 '지질함'에 가깝습니다. 그의 외모에 대한 평가도 다소 냉랭한 편입니다. 톱스타 엔제이(노정의)가 매달리는 모양새라 "잘생겼냐?"고 묻는 스태프의 물음에 "아니, 약간, 멍청하게 생겼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질한 성향, 멍청하게 생긴 외모의 남주가, 여주뿐 아니라 안방 시청자의 마음까지 흔들기는 녹록지 않습니다. 그 어려운 것을 최우식이 해내고 있으니, 더 대단합니다.

 

 

 

 


영화 '마녀'에서 한차례 호흡했던 최우식과 김다미의 재회는 분명 '그 해 우리는'이 시작하기 전 중요한 홍보 포인트로 작용했던 터입니다. 특히 로맨스라고 찾아볼 수 없던 전작 속 두 사람의 관계가, 콩닥콩닥한 청춘의 멜로로 180도 탈바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 바 있습니다. 특히나 최우식의 경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거인'부터 1000만 영화 '부산행' '기생충' 등에서 로맨틱한 모습이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는 걱정을 안고 가야 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초반의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서 최웅과 국연수가 붙는 장면만 나와도 흡사 나의 연애인 것처럼 심하게 설레게 됐고, 머지않아 '그 해 우리는'의 애청자가 되어 다음 회차 방영일을 손꼽으며 기다리게 됐습니다. 완벽하지 않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최웅이라는 캐릭터는, 시청하는 이들에게 과도한 몰입을 부여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연애사 같기도 했고, 지금의 연애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처럼, 두 사람의 연애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이것은 최우식의 힘입니다.

 

 

배우로서 최우식의 매력을 꼽자면, 단연코 하이퍼리얼리즘 연기입니다. 그는 어떠한 설정의 캐릭터도 맞춤옷으로 소화할 뿐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있음 직한 인물로 재탄생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그저 활자 속에 존재했던 인물은,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만나 비로소 입체적인 캐릭터로 태어나곤 했습니다. '거인'의 영재, '기생충'의 기우처럼. 그러니 그의 얼굴이 깎아놓은 조각처럼 생기지 않고, 고대 신화에서 튀어나옴직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하등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우식은 늘 자신이 맡은 배역에 생명을 불어넣는 진짜 배우로 성장했습니다.

'그 해 우리는'이 종영까지 아직 5회나 더 남아있지만, 이미 확실시된 것은 있습니다. 최우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스도 완벽하게 되는, 현실 남자친구의 모습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맞춤옷을 하나 더 구비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 해 우리는' 속 최웅이, 그를 연기하는 배우 최우식이, 이 차디찬 겨울에 몽글몽글한 봄의 기운을 안방에 불어넣어 주고 있어 그저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매주 고마울 따름입니다.

 

 

 

 


비비드한 컬러의 디지털 일러스트에 익숙한 이들은 물을 먹은 묽은 수채화가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엷은 빛깔의 수채화는 기존 그림을 망가뜨리지 않고 덧칠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색과 느낌의 변형을 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마치 우리가 서서히 스며드는 배우 최우식의 연기의 형태처럼 말입니다. 힘을 뺀 최우식의 연기는 진짜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