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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만, 어느날 문득 또 생각나리

by Ms.만능 2022. 1. 27.

 <그 해 우리는>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만, 어느날 문득 또 생각나리 



맛으로 표현하자면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입니다. 고옥인데다 오래된 느낌이 있지만 지금 세대의 구미를 자극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맛집으로 정평이 난 그런 집의 맛입니다. 날씨로 따지면 초여름 잠깐 와서 그치지만 어느새 몸을 적시는 햇빛입니다. 처음 시작을 알릴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여운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당초 제작발표회 당시 “초여름의 느낌이 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다짐 이상을 성취해내며 막을 내렸습니다.

 

 

 

 


‘그 해 우리는’은 지난 25일 최종회인 16회를 내보내고 막을 내렸습니다. 15회 막판 최웅(최우식)의 동반유학 제안을 국연수(김다미)가 거절하면서 불안감을 다소 안겼지만 둘은 2년 후 재회했고, 사랑도 확인했고, 결혼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해피엔딩이었다. 각자의 삶에서 성장통을 체험했던 네 주역 최웅, 국연수, 김지웅(김성철), 엔제이(노정의) 모두가 한 뼘 자라났습니다.

 


이 방송분은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전국시청률 5.3%로 막을 내렸습니다. 15% 정도를 ‘대박의 기준’으로 삼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하지 않은 마무리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이 수치로는 절대 대변될 수 없는 열기로 들끓고 있습니다. 각종 화제성 지표에서는 시청률을 뛰어넘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스마트미디어렙 클립 조회수에서 지난 9일부터 24일까지 방송된 미니시리즈 재생 건수 중 전체 1위에 올랐고,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검색 반응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집계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도 3위에 올랐습니다.

‘기생충’의 주역 중 하나인 최우식과 ‘이태원 클라쓰’로 한류 팬을 모은 김다미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는 화제성이 없던 작품은 왜 대중을 사로잡았을까.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의 열광이 컸습니다. 배우 인기의 지표로 불리는 SNS 팔로워 수나 기사 검색량 등에서 이 드라마의 주역들은 방송 전보다 2배 이상은 늘어난 수치를 보였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원인에 대해 “MZ세대의 현실 버전 판타지를 적절하게 구현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과하지 않으면서 덤덤하게 서사를 끌며 여운을 주는 방식의 캐릭터와 극 구성이 인공적인 감미료 맛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는 뜻입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최웅 캐릭터는 왕자님도 아니고 못 사는 인물도 아니다. 하지만 동네 유지의 위치에 있지만 성공에 목숨을 걸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의 네 주역은 각각 일러스트 작가, 홍보 전문가, 다큐멘터리PD, 톱스타 등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지만 이들이 결국 평범함을 이루는 것이 꿈이라는 걸 그리면서 현실세대의 판타지를 자극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일러스트 작가의 최웅의 작업공간, 두 사람이 거닐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각 공간의 울림이 컸습니다. 이는 인물을 고독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포근하게 안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캐릭터 역시도 과하지 않지만 필요한 서사는 모두 남겼습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네 사람 모두 부모세대와는 나름의 서사가 있다. 최웅의 경우도 부모에게 버려지는 설정이었지만 이를 강변하지도 복수의 준거로 삼지도 않았다. 그저 일상 속에 이를 덤덤히 녹여내며 성장의 계기로 삼는 연출이 돋보였다”고 평했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잃었던 국연수, 국연수를 짝사랑했던 김지웅, 최웅을 짝사랑했던 엔제이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는 모습도 과한 충돌이나 치정, 복수 없이도 여운을 줄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공감을 줬던 세심한 대사 역시 과몰입의 원인이 됐습니다. 거기에 방탄소년단 뷔, 10CM, 이승윤 등이 참여한 OST 역시 감정을 배가했습니다.

 

 

 

 


시청률과 다른 화제성을 통해 ‘초여름’의 청량감과 아련함을 준 이 작품이 지금의 방송가에 제시하는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정덕현 평론가는 “요즘 세대는 멱살을 끌고 가면 가지 않는다. 공감을 주고, 여운을 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데 갈수록 장르가 과해지고 제시하는 면이 커지는 작품들 속에서 ‘그 해 우리는’이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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