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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극명한 호불호, 역작인가? 망작인가?

by Ms.만능 2022. 3. 8.

 <더 배트맨> 극명한 호불호, 역작인가? 망작인가? 



극장가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더 배트맨'이 개봉 초반부터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개봉한 '더 배트맨'은 첫날 1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어로 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이틀 차부터 관객 수가 3만 명 때로 급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누적 관객 수는 50만 명에 그쳤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했던 히어로 무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54만 명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입니다. 한국 관객은 전통적으로 DC 보다는 마블 영화를 선호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히어로 고유의 개성과 매력이 확실하고 광범위한 세계관까지 탄탄하게 구축한 마블은 장중한 서사와 어두운 세계관을 내세운 DC와의 양강 구도에서 쉽게 우위를 점해왔습니다.

배트맨은 DC의 대표 히어로 캐릭터입니다. 팀 버튼이 90년대 초반 '배트맨' 시리즈를 성공시키고, 2000년대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새 장을 열면서 배트맨은 수십 년간 DC의 '가문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더 배트맨'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맷 리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패틴슨이 새 배트맨으로 출격했습니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조합이었다. 화제작은 화제작이었습니다. 개봉 첫 주부터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 이토록 어두운 히어로 라니vs이게 '배트맨'의 매력 

'더 배트맨'은 배트맨 2년 차의 브루스 웨인이 등장합니다. 그는 신분을 숨기고 고담시의 악을 처단하는 데 몰두하지만 '완성형 히어로'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히어로서의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코믹스의 원형을 살려 탐정으로서의 배트맨의 활약을 강화한 것도 특징입니다.

시장 선거를 앞두고 5선을 노리는 현 시장이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제임스 고든(제프리 라이트) 경위의 도움을 받아 조사에 나선 탐정 배트맨(로버트 패틴슨)은 범인이 남긴 메시지와 의문의 암호문을 발견합니다. 이후 경찰청장과 검사가 연이어 살해되고 그 현장에도 어김없이 배트맨에게 보내는 카드가 남겨져있습니다. 사건을 추적하던 배트맨은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범인의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며 큰 혼란에 빠집니다.

 


'더 배트맨'은 종전 봐왔던 배트맨 영화 중에서 가장 어둡고 무겁습니다. '고담의 수호자'로 불렸던 이 히어로는 "사람들은 내가 그림자 뒤에 숨은 줄 알지만 내가 그림자다", "나는 복수다"라고 되뇌며 내면의 고통과 싸웁니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내레이션과 너바나의 '썸띵 인 더 웨이'가 반복적으로 흐르면서 영화만의 무드가 형성됩니다.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큰 비중으로 브루스 웨인의 내면을 다룹니다. 이 목소리는 히어로의 가려진 내면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사춘기 소년의 일기장을 마주하는 느낌이 주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관객의 호불호는 갈렸습니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고담시가 차지하는 상징성은 공간적 배경 그 이상입니다. 부패와 범죄로 물든 고담은 악의 자궁 역할을 하며 서사의 밑바탕 역할을 합니다. 마블 영화 속 도시들이 히어로가 뛰어노는 무대와 같은 배경적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과는 다릅니다. 더욱이 '더 배트맨' 속 고담시는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어둠의 도시로 묘사돼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영화를 본 마니아들은 원작 코믹스를 제대로 영상화했다며 열광했습니다. 느와르풍 무드와 수사물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한 것도 흥미롭다며 호평했습니다. 반면 일부 관객들은 영화가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운 데다 전개까지 느려 지루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싱거운 빌런vs폴 다노의 광기 

모든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빌런의 존재는 중요하지만 '배트맨' 시리즈는 빌런은 주인공과 같은 지분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중요도가 큽니다. 특히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조커가 쌓아놓은 명성 때문에 빌런의 매력은 영화의 성패와 직결되기도 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역대급 빌런'의 등장을 예고됐습니다. 그러나 '더 배트맨'에서 활약하는 리들러에 대한 평가도 관객 사이에서 갈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반부까지는 긴장감이 유지됐지만 범행의 동기가 밝혀지고 얼굴을 드러낸 이후부터 맥이 빠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동기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리들러를 연기한 폴 다노의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반응도 적잖았습니다.

리들러는 '배트맨 포에버'(1995)에서 짐 캐리의 연기로 만난 바 있는 캐릭터입니다. 빨간 머리에 녹색 의상을 입고 과장된 연기를 펼쳤던 짐 캐리의 리들러와 폴 다노의 광기의 수수께끼맨 리들러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여겨집니다.

영화는 배트맨과 리들러는 거울 같은 사이로 그립니다. 둘 다 부모를 잃은 고아지만 한 사람은 거대한 성과 같은 고층 저택에서 살면서 정의와 대의에 관한 고민을 했고, 한 사람은 버려진 보육원에서 살며 분노와 원망을 자양분 삼아 세상을 향한 복수를 꿈꿨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의 광기 어린 연기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폴 다노는 아웃사이더와 광인의 이미지를 넘나드는 독특한 매력으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은 배우입니다. 그가 창조해낸 리들러는 단순히 무섭다기보다는 음울하고 처연합니다. 폴 다노의 외형적 카리스마가 약하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영화 속 리들러가 상처받고 삐뚤어지다 못해 미쳐버린 사회 소외층인 것을 생각하면 이 배우의 광기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기 충분합니다.

 


◆ 길어도 너무 길다…러닝타임에 대한 불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러닝타임입니다. SNS에서는 '졸음과의 사투', '방광 고문 영화' 등에 대한 언급이 넘쳐납니다. 3시간(176분)을 꽉 채운 상영시간에 대한 힘겨움을 토로한 글입니다. 재미와 만족도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지만 러닝타임이 이토록 길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공통적으로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히어로 무비의 평균 러닝타임은 2시간이 넘습니다. 히어로 무비에서 긴 물리적 시간은 전,후 시리즈의 세계관을 연결하고 이야기를 확장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며, 놀이공원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더 배트맨'의 러닝타임이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서사를 탄탄히 구축하고 볼거리를 강화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사족과 남발로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리들러뿐만 아니라 펭귄맨, 팔코네를 빌런으로 등장시키고, 캣우먼의 서사와 러브라인까지 추가하면서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앞선 시리즈들이 배트맨을 완성형 히어로로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켰던 것과 달리 맷 리브스는 시계추를 과거로 돌려 미완성 히어로의 자아형성과 정체성 확립 과정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대부분의 히어로 무비는 근본적으로 위기 극복을 통한 성장 서사 형식이지만 '더 배트맨'은 외부의 요인보다는 내면의 상처와 갈등을 표면화하고 극복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느리고 어둡고 무거운 이 이야기는 대다수가 원하는 히어로 무비 스타일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특히 호불호는 과거로 회귀한 배트맨의 서사가 숨은 1mm를 극대한 흥미로움이 있는 반면, 지루한 동어반복에 그쳤다는 지적으로 나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재미와 가치를 어디에 두느나 혹은 애초 DC와 배트맨의 어둡고 묵직한 서사를 선호했느냐에 따라 이 영화의 점수는 달라집니다.

냉정히 말해 맷 리브스의 첫 번째 여정은 진화나 혁신을 보여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DC 마니아들의 열광을 이끌어냈을진 몰라도 일반 관객이 원하는 보편적 재미와 만족도에 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이 남긴 여운을 생각하면 배트맨과 캣우먼(셀리나)의 여정이 궁금한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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