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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허니제이, 이유있는 존재감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by Ms.만능 2021. 10. 17.

 <스우파> 허니제이, 이유있는 존재감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내로라하는 여성 댄서들의 서바이벌 배틀전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는 자주 고개를 떨궜습니다.

 

 

 

 

 

첫 미션인 '약자 지목 대결'에서 코카앤버터 리더 리헤이와 접전 끝에 패배하고, '계급별 댄스 비디오 미션'에선 2번의 기회 끝에 메인댄서를 뺏기고, 'K-POP 4대 천왕' 미션에선 최하위권을 기록해 첫 탈락팀 문턱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홀리뱅은 '걸스 힙합'을 추는 팀입니다. 수장인 허니제이는 국내 걸스 힙합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스우파' 출연진 중에서 미국 NBC '2019 월드 오브 댄스' 4위를 한 아이키와 더불어 가장 유명세를 떨친 춤꾼입니다. AOMG & 하이어뮤직 수장 박재범의 오랜 전속 댄서로 유명했고, 과거 Mnet 춤 서바이벌 '힛 더 스테이지'에 나와 소녀시대 효연에게 여자 크루 최초의 1등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허니제이는 댄서 동료들과 함께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우파'에선 좀처럼 어깨를 피지 못했습니다. 타 크루들이 화려하고 빠른 무빙을 쏟아낼 때, 그들은 힙합 본연의 슬로우 무빙을 고수했기 때문. 스웨그는 최강이었지만,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 게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홀리뱅은 이 옹골진 무빙들로 4차전인 '메가 크루 미션'에서 결국 1위를 기록했습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움직이는 무빙의 멋에 천천히 동화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걸스 힙합 자체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허니제이가 춤을 추며 계속해서 강조하는 "우리 것"은 결국 팀이 아이덴티티를 갖고 오롯이 설 수 있게 한 좋은 동력이 됐습니다. 물론 수많은 좌절 속에서 허니제이는 "우리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흔들렸지만, 결국 "우리 것"을 지켜낸 것도 그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홀리뱅이 이 치열한 배틀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유일한 해법이었음을 뒤늦게 증명했습니다. "늘 혼자하는 거에 익숙해서 같이 하는 거에 대해 방법을 잘 몰랐다"고 자책하던 허니제이는, 정작 가장 많은 크루원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허니제이는 22년 넘게 춤을 춰왔습니다. 그의 나이가 35살이니 반 평생 이상을 춤을 춘 셈입니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춤을 시작한 그는 책상에 앉아 있기 보다 바닥에서 구른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은 빤합니다. 거듭한 세월 속에 이제 허니제이는 웨이브만 살짝 춰도 멋이 흘러넘칩니다.

 

 

그러나 자극의 역치가 계속해서 요구되는 서바이벌에선 누가 관절을 더 세게 꺾고, 몸을 빠르게 흔드는 지가 승패를 가르곤 합니다. 그런 판에서 허니제이가 걸스 힙합을 고수한 것은 그 자체로 미션 임파서블처럼 느껴졌습니다. 타 크루들이 매운맛 무빙 폭격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홀리뱅은 멤버 제인이 "길가에 있는 나무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도 춤에서만큼은 좀처럼 조급한 티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허니제이는 나무가 되어 버린 제인을 자신들의 무대 피날레에 세워 놓고 1위라는 성적으로 '달콤한 과육을 맺는 크고 실한 나무'임을 증명해 보입니다. 

 

 

 

 


모두가 얕잡아보는 상황에서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허니제이가 생존하는 방식은 세상을 향한 도장깨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소 형태가 소심하지만 말입니다. 허니제이는 리더들 중에서도 가장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멤버들과의 갈등 서사가 극적으로 그려지는 팀이기도 합니다.

 

허나 허니제이의 흔들림은 딱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과 멤버들의 의견을 수용하다 보니 벌어진 혼선이 그것입니다. 허니제이는 서바이벌 판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배틀러입니다. '힛 더 스테이지'를 통한 경험도 있겠지만, 22년이라는 경력 자체가 이를 증명합니다. 자신들의 것을 해치지 않고 최대한 튀기 위해선, 얼굴이 익숙하고 베테랑인 자신이 앞에 서야 승률이 오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허나 춤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크루원들 입장에선 불만일 수도 있는 결정입니다. 그래서 허니제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리더로서의 자질에 스스로 의문을 던집니다. 그러다 결국 크루원들의 결정을 따르고 파트를 재구성합니다. 사실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력과 위치이지만, 줏대없어 보일지언정 독단하지 않는 그의 태도를 보며 오히려 감명하게 됩니다. 

홀리뱅 멤버 이븨는 "허니제이의 구성이랑 연출은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니까 저희가 퍼포먼스로 유명한 것"이라며 그와 갈등하는 중에도 리스펙을 보입니다. 리더가 아닌 댄서로서만 본다면 허니제이는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프라우드먼 리더 모니카와 배틀을 할 때도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한 마디로 '스우파'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내는 존재감이 있는 출연자입니다.

 

 

 

 

 

또 리더의 역할에 늘 혼란스러워하는 그이지만, 모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멤버들 모두 춤으로 먹고살면서 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춤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게 꿈이기도 한 마음 따뜻한 리더입니다. 허니제이는 여전히 이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사람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춤을 춥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건한 마음가지로 결국 모두가 열광하는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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