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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지만> 캠퍼스물+19禁 '발칙한 감성 드라마'

by Ms.만능 2021. 6. 29.

 <알고있지만> 캠퍼스물+19禁 '발칙한 감성 드라마' 


캠퍼스물과 19금 장르가 만났습니다. 이제는 캠퍼스물의 고전이 되어 버린 ‘논스톱’이나 ‘남자셋 여자셋’을 떠올리면 괜한 격세지감마저 느껴집니다. 대학생들의 발칙한 연애담을 그린 JTBC 새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이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파격 편성과 함께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알고있지만’은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의 로맨스를 그린 10부작 드라마입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단숨에 유망주 대열에 오른 한소희와 드라마 ‘스위트홈’, ‘좋아하면 울리는’, ‘나빌레라’로 주가가 치솟고 있는 송강이 출연합니다. 동시대 가장 핫한 두 젊은 배우의 출연과 19금 편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뜨거운 기대에 비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합니다. 지난 26일 방송된 2회 시청률은 1.3%(닐슨코리아 기준). 한소희, 송강 주연의 멜로 드라마 치고 초반 화력은 약한 모양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1회와 2회에서는 이렇다 할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박재언과 썸은 타고 싶지만 또다시 나쁜 남자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아 고민하는 유나비의 내적 고민이 2회 내내 줄기차게 그려졌습니다. 나쁜 남자인 걸 알고 있지만 끌리는 유나비의 내레이션이 분량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이 과연 효과적이었는지 의문입니다. 1회 오프닝에 유나비에게 상처로 남은 과거 연애사가 등장하는데, 이에 관한 또렷한 감정적 매듭 없이 현재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지난 연애의 상처가 캐릭터에게 어떤 변화를 안겼는지 크게 그려지지 않은 채 인물의 새로운 러브 라인이 그려지다 보니 시청자로선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힘듭니다. 색깔과 매력이 명확한 박재언 캐릭터에 비해 유나비 캐릭터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생리혈이 묻은 유나비의 옷을 박재언이 제 옷으로 가려주는 장면은 솔직히 90년대 순정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1, 2회였습니다.

 

 


이런저런 단점과 실망에도 다음 회가 궁금해집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곱씹어 보니 ‘알고있지만’에서 2000년대 싸이월드 감성을 느끼고 반가워한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유치하지만 내심 설레는 술자리 게임, 전화기를 붙들고 답장을 기다리는 밤. 다음 날 아침 어젯밤 내가 왜 이런 글을 썼지 이불킥 하고 마는 일기장. ‘알고있지만’에는 우리가 흔히 ‘싸이월드 감성’이라고 말하는 순수하고도 끈적한 마음들이 묻어 있습니다. 한 연애 이야기가 대세인 요즘, 이 대놓고 감성 촉촉한 19금 드라마가 유치하면서도 끌립니다.

한소희와 송강 두 선남선녀 배우의 눈 호강 열연도 무시하지 못 할 킬링 포인트입니다. 내내 닿을 듯 닿지 않던 입술이 기어이 포개지는 순간, 유나비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헬게이트’가 열립니다. 노출 수위가 높진 않지만 표현 수위는 꽤 적나라했던 두 사람의 베드신도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자극합니다. ‘알고있지만’의 섬세하고 단정한 연출이 돋보인 장면이었습니다.

 


한소희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습니다. 한소희는 캐릭터가 단단히 뿌리내리지 않은 와중에도 높은 집중력으로 송강과의 케미스트리를 살려냅니다. ‘부부의 세계’의 그 한소희가 맞나 싶을 만큼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스물두 살의 눈빛을 정확히 표현해냅니다. 송강은 빛나는 비주얼로 박재언 역을 매력적으로 그려냅니다. 연애는 싫고 썸만 타고 싶어 하는 다소 전형적으로 그려질 법한 캐릭터를 빤하지 않게 형상화합니다. 

 

 


이제 겨우 2회 방송된 ‘알고있지만’. 아쉬움도 있었지만 내심 반갑기도 한 오랜만의 감성 멜로입니다. 과연 ‘알고있지만’이 남은 8회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캠퍼스 청춘물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사진=JTBC '알고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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