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t한 이슈들

임시완, 뻔하지 않은 필모그래피,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by Ms.만능 2022. 2. 3.

 임시완, 뻔하지 않은 필모그래피,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배우 임시완에게선 좀처럼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의 연기 데뷔작인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부터 최근 시즌1 방송을 마친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까지,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합니다. 소위 '잘 팔리는 레시피'를 선택할 법도 하건만, 그의 필모그래피에 안주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 흔적만이 남아 있다면 모를까.

 

 

 

 


이는 그의 최근 작품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임시완은 지난해 이맘때쯤 막을 내린 드라마 '런 온'에서 단거리 육상선수 기선겸 역으로 시청자와 만났습니다. 극 중 선겸은 자신의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지만, 자신보다 유명한 가족을 둔 탓에 '누구 아들' '누구 동생'이란 타이틀로 불립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풍족함을 누리고 자란 기선겸이기에 남들의 눈엔 걱정 없어 보이지만, 사실 기선겸은 가족을 소품처럼 여기는 아버지로 인해 괴로워합니다. 그런 기선겸이 세상 풍파를 홀로 견디며 자란 오미주(신세경)와 만나 세상을 배우고, 사랑을 배웁니다. '누구의 가족'이 아닌 오롯한 자신을 봐준 오미주의 손을 잡고 조금씩 성장합니다.

2013년 방송된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 이후 7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장을 내민 임시완은 이마저도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뻔한 로코, 뻔한 캐릭터가 아님을 알 수 있듯, 그의 연기 또한 뻔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임시완은 단거리 육상선수라는 캐릭터에 맞춰 자세, 호흡법은 물론 실제 선수들이 사용하는 근육까지 단련하는 등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또한 다 가진 기선겸의 고뇌에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을 방안을 고심하고, 작가에 의견을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모든 걸 받기만 해 정작 제가 할 줄은 몰랐던 기선겸의 의도치 않은 순수함과 대본의 말맛이 조화를 이루도록 공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기선겸은 백마탄 왕자님처럼 모든 걸 가졌지만 애정이란 마음보다 안타까움이란 마음이 먼저 가는,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로 시청자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2019) 속 윤종우가 남긴 잔상이 무척이나 강렬했기에 쉽게 잊힐 것 같지 않았건만, '런 온'의 기선겸이 말간 얼굴로 전작의 짙은 색을 그새 덮었습니다. 물론 연기가 되고, 작품과 캐릭터 해석을 잘하는 임시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쯤 되니 영민한 그가 꺼내 들 다음 얼굴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습니다.

이후 임시완이 드라마 '트레이서'를 통해 국세청 공무원을 연기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다시금 기대감이 치솟았습니다.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룬 적 없는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보수적이고 정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공무원이 된 임시완이라니. 쉽게 떠올리는 상상 속 공무원과는 다른 무언가를 그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밀려왔습니다. 무엇보다 '전직 대기업의 뒷돈을 관리하던 업계 최고의 회계사로 돈과 성공 모두를 얻었다'는 그가 연기할 황동주의 과거가,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 팀장이 됐다는 황동주의 현재가 기대를 더했습니다. 

 


베일을 벗은 '임시완 표 황동주'는 추적 활극이라는 '트레이서'의 장르를 십분 활용, 시원한 속도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국세청 조사관이 된 황동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가 처리해야 할 밀린 세금 받기에 열을 올립니다. 때문에 극 초반 황동주의 열정이 자칫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닐지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건이 전개되면서 모든 건 그의 완벽한 설계 아래 진행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임시완은 장난기 넘치는 표정에 깐족거리는 말투, 능청과 여유까지 더한 연기로 드라마 안팎을 넘나들며 활기를 더합니다. 의상 또한 정장과는 거리가 먼 활동적인 복장으로 등장,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물임을 짐작게 합니다.

특히 '트레이서'는 임시완의 연기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됐습니다. 손현주 추상미를 비롯해 쟁쟁한 선배들과 이번 작품에서 호흡 맞추게 된 그는 매 순간마다 제 몫을 톡톡히 하며 화면을 채웁니다. 무엇보다 그의 연기적 성장을 볼 수 있는 순간은 선배들과의 독대 장면입니다. 지난주 방송된 8화 방송 말미 인태준(손현주)과 황동주의 대립 장면의 경우, 특별한 대사가 없었음에도 황동주의 복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의 눈빛이 시청자의 마음까지 뒤흔들었습니다. 전작 '런 온'과는 다른 듯 비슷한 듯 '말맛'이 살아있는 캐릭터, 하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던 '런 온' 속 기선겸과 휘몰아치는 속도감으로 유쾌 상쾌 통쾌한 재미를 안기는 '트레이서' 속 황동주는 분명 결이 다릅니다. 이게 바로 임시완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아닐까.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데뷔, 활동하던 중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오디션에 합격해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임시완. 그는 자체발광 미모를 데뷔작 캐릭터로 승화, 등장할 때마다 후광이 비치는 '마성의 선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적도의 남자'에서는 잔인하고 야망 가득한 인물의 어린 시절을 연기, 친구를 배신하는 강렬함으로 또 한 번 눈도장 찍었습니다. 전혀 다른 강렬함으로 자신을 각인시킨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 캐릭터에 도전했습니다. 이 중에는 시트콤도, 로맨틱 코미디도, 여전히 그의 이름과 함께 회자되는 드라마 '미생'도, 그의 영화 데뷔작인 '변호인'도 있습니다. 임시완은 자신이 경험한 적 없는 시간으로 회귀해 시대 속의 청춘이 되기도,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똑똑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그는 꾸준히 노력하고, 여전히 영민하며, 그의 연기력은 이미 검증됐다는 것. 그리고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마주함에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뻔하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온 임시완. 벌써부터 그가 보여줄 다음 작품 속 또 다른 캐릭터가 궁금해집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