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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추천]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by 박혜수

by Ms.만능 2024. 2. 1.

 [인생책추천]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by 박혜수 

 

"너는 너가 좋아?

왜 좋아?

얼마나 좋아? "

 

문득 친구의 대답이 궁금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후

대답을 기다리던 내게

친구는 소름돋는다며 이 책을 꺼냈다.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소름? 갑자기 이 책은 왜?"

호기심에 가득 찬 날 보며 친구는

책선물 해주려 가져온 책인데

박혜수 작가가 물은 질문과

나의 물음이 같아서 소름이란다.

 

평소 전시회나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기에 가리던 장르였지만

친구덕에 펼친 이 책으로

생각보다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박혜수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조각·설치 미술가이자 기획자,

작가로 활동중인 시각예술가로

시간, 꿈, 애정의 상실,

보통의 기준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저자는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에

곤란한 질문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그런 작가가 사랑, 이별, 꿈, 상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사람들이 묻지 않은 질문을 대신 묻고

듣지 못한 대답을 대신 들어 준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묻지 못하고

듣고 싶은 것을 듣지 못 하며

지레 짐작하면서 혼자 병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읽으며 몇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와 나만의 비밀 

박혜수 작가는

<실연 수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 남자의 순정으로 접은

종이학이 든 유리병을 전달받는다.

 

천 마리 종이학엔 전 여친에게

전달하고 싶던 그의 속마음이

보관되어 있었다.

 

노력이 아닌 오직 사랑으로,

오랜 시간 걸려 제작했을 이 선물,

다른 여자와 결혼한 후에도

차마 버릴 수 없었나 보다.

 

천 가지의 마음을

천 가지의 종이에

천 번을 접어 담은 그의 사랑

전달되지 못하고 이렇게

그와 나만의 비밀이 되었다.

 

 

 형태씨의 사랑 

박혜수 작가는

<실연 수집> 설문을 시작하며

시한부 암 환자

임형태 사진작가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병을

인지 못한 사람처럼

일에 욕심을 내고

결혼을 하고

배낭여행도 떠나는 등

일반인과 똑같은 일상을 산다.

 

어린 신부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고 싶었던 그는

혼자서 자신의 병과 싸워왔다.

 

죽음의 코앞에서조차

아내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위해

홀로 힘들어하는 그의 심정을

박혜수 작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형태씨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조문객을 받는 어린 아내의 

손이 너무나 작다.

 

 

 꽃이 지는 시간 

설치작품 <꽃이 지는 시간>

보지 못한 '임종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선 꽃봉오리가

피고, 지고, 죽어서 마르는

전(全) 과정을 전시하다가

꽃이 죽었다고 판단되면

시간을 정지하여 생(生)을 마친

모습을 함께 전시한다.

 

생명의 끝을 판단하는 일이

하물며 꽃 하나에도 이렇게

망설이게 하는데

사람은 어떠하랴.

 

<꽃이 지는 시간>에서 꽃이 죽으면,

죽은 시간을 기록한 종이 태그를 달아,

또 다른 설치작품 <오아시스 재단>으로

옮겨진다.

 

 

원래는 오아시스 벽면을

생화로 가득 채웠어야 했으나,

한 송이 꽃도 꽃아보지 못한

코로나19 유가족들의

'상실된 장례'를 나타내고 싶었다.

 

텅 빈, 마른 오아시스 벽 앞에서

관객들이 '꽃 한 송이 바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 마음으로 유가족들을

위로해주길 바랐다.

 

마치 이 곳이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자책하며 아파할 그들에게

위로의 공간이 되길 바랐다.

 

혹시라도 지금, 어디선가 혼자

아파하실 유가족에게,

취재 중 만난 간호사의 위로를

다시 건넨다.

 

"유가족 여러분,

크게 우셔도 괜찮습니다." 

 

 

 

박혜수 작가는, 이슈나 사건이 아닌

사람을 보려하는 따뜻한 마음

작품에 녹이는 재주가 있다.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소외된 부분을 어루만져주니

그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도 따스하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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