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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찰떡같은 '낭랑 18세' 연기

by Ms.만능 2022. 2. 15.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찰떡같은 '낭랑 18세' 연기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민태원이 ‘청춘예찬’에서 찬양한 청춘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요즘 그 청춘을 비주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시신경을 마사지해주는 배우가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 역 김태리입니다.

 

 

 

 


1990년생, 우리나이 서른 셋인 김태리는 그 하드웨어 그대로 잘도 ‘낭랑 18세’를 연기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서른 셋의 연기자를 두고 18세 아역 나희도 대신 엉뚱하게도 41세 엄마역 나희도를 따로 캐스팅했습니다.

김태리가 연기하는 18세 나희도는 펜싱 꿈나무답게 우산 하나로 불량배를 혼내줄만큼 튼튼합니다. 젖살 덜빠진듯한 포동한 피부는 생생하며, 신상 메이커 신발과 회수권까지를 몽땅 올인할 수 있을만큼 그 눈에 펜싱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다루고자 하는 ‘청춘’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아파할 수 있는 시절입니다. 그 시절의 우정은 언제나 과했고, 사랑은 속수무책이었으며, 좌절은 뜨거웠던 시절, 불안과 한숨으로 얼룩지더라도 속절없이 반짝인 시절입니다.


김태리는 엉성한 일자머리로 앞이마를 가린채 교복 치마밑에 체육복을 받쳐입고 어기적거리는 팔자걸음을 걸으며 그 청춘의 복판을 걸어갑니다.

 


펜싱 신동’으로 자란 나희도는 동년배 펜싱스타 태양고 고유림(보나 분)의 팬입니다. 펜싱 신동시절인 소년기에 자신이 고유림에게 1패를 안겨줬던 기억은 잊은 모양입니다. 나희도 눈에 피스트(펜싱경기장) 위의 고유림은 아름다웠고 빛났습니다.

IMF직후인 1998년 저 다니던 고교의 펜싱부가 폐부되자 저만의 스타 고유림과 양찬미(김혜은 분)코치가 있는 태양고로 전학을 꿈꿉니다.

뉴스를 진행하자고 아빠의 장례식도 불참해 희도 혼자 빈소를 지키게 했던, 금모으기에 동참한다고 아빠와의 결혼반지조차 팔아버린 재수없는 엄마 신재경(서재희 분)에게 하소연해보지만 “공부나 해!”란 답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덜자란 머리로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답은 강제 전학뿐. 교내 폭행을 꿈꾸고, 교외 패싸움을 기획하고, 나이트클럽에서의 음주·흡연을 기도했지만 모두가 불발되고 맙니다. 결국 양찬미 코치 앞에 무릎꿇고 통사정에 나서고 어쩐 일로 엄마 신재경조차 동의해 줌에 따라 소원하던 ‘고유림의 세상’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이 무렵 백이진(남주혁 분)도 만납니다. 풀하우스 11권을 몰래 빌려준 책 대여점 알바생이자 아침마다 신문을 넣어주는 신문 배달 알바생. 알고보니 태양고 4년 선배였지만 시작부터 반말 주고받다보니 그냥 호칭은 ‘너’가 됐습니다.

 

 

 

 


백이진과의 만남이 시작부터 아름다웠던 것은 아닙니다. 강제전학 프로젝트 나이트클럽 기획을 무산시킨 것이 백이진이었고 엄마가 찢어버린 만화책 ‘풀하우스’ 11권을 본인 작화로 메꾸려했던 시도가 백이진의 손에 들통나기도 했습니다. 희도 표현 ‘쪽팔린’ 그 순간 나희도는 길 복판서 울음을 터뜨리고 김태리는 ‘울먹울먹’ 자막 끝에 ‘흐아앙’ 대성통곡하는 만화책 속 주인공같은 연기로 나희도를 살려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뛰어든 ‘고유림의 세상’ 태양고. 하지만 ‘그녀의 스타’ 고유림은 희도에게 냉랭합니다. 얼싸안고 반겨주길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줍게 밝힌 팬심마저 싸늘하게 짓밟힐 줄은 몰랐습니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에 제 우산을 양보했던 팬심, 고유림이 받아준 우산에 혼자 비에 젖어가며 옥상서 남몰래 환호하던 팬심은 차갑게 외면당했습니다.

 


외면하는 고유림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곳은 피스트뿐. 희도는 고유림과의 승부에서 15대 14 신승을 거둡니다. 운만으로는 꺾을 수 없는 상대 고유림, 모든 경기 모습을 돌려보고 돌려본다해도 이기기 벅찬 고유림을 꺾었습니다. 그리고 “승부를 겨룰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희도의 소감에도 냉랭한 고유림을 향해 희도는 “널 좋아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니가 뭘 알아!”라고 외면당한 팬심의 설움을 토로합니다.

한편 훼손한 만화책값을 갚기 위해 이진의 자취방을 찾은 희도는 그곳에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이진을 봅니다.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저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라는 다짐도 듣습니다. 이진 역시 아버지가 IMF로 몰락한 기업가였던 죄로 군대조차 의가사전역 한 채 사회에 내몰린 고작 스물 두 살이었습니다.

이진이 희도에게 말합니다. “난 니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너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덟의 나 같애.” 희도는 그런 이진을 전학전 학교로 이끌어 세면대 수도꼭지를 하늘로 돌려 분수쇼를 펼쳐보입니다. 이진도 가세해 모든 수도꼭지를 다 틀어놓는다. 미성년 희도는 감탄합니다. “어른들은 스케일이 틀리구나!”

함부로 해도 되는 나이. 한순간도 행복해지지 않겠다는 스물 두 살에게 열 여덟살 소녀는 “몰래 행복해지는건 괜찮다”고 위로를 전합니다.

 


여름 한 가운데, 초록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서로 몸을 비비던 순간, 아리송하게 숨이 찬 스물 두 살, 열 여덟은 그렇게 은밀한 비밀을 공유합니다.

그들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사랑의 풀을 돋우고 이상의 꽃을 피우는 청춘(靑春)입니다. 그리고 서른 세 살 김태리는 ‘마치 열 여덟처럼’이 아닌 ‘그냥 열 여덟’ 나희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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