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 ‘중국몽’ 피해자일까?
지난 2일 걸그룹 마마무가 11번째 미니앨범 ‘WAW’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신통찮습니다. 디지털 음원과 피지컬 음반 양쪽에서 모두 그렇습니다.
일단 타이틀곡 ‘Where Are We Now’는 멜론 실시간차트 24위로 진입한 뒤 24시간 내 차트아웃 타임이 발생했습니다. 일간차트도 61위→88위→100위로 삽시간에 떠내려갔습니다. 물론 이번 타이틀곡은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 웬만한 아이돌이라면 선택하지 않는 발라드 타이틀곡입니다. 마마무로서도 최초입니다. 거기다 지금은 발라드가 더더욱 안 먹히는 초여름입니다. 또 있습니다. 이번 타이틀곡 음악방송 활동은 딱 한 주 동안만 예정됐습니다. 이러면 소위 ‘뒷심’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여러모로 특이한 선택들이 많아 애초 기대치 자체가 낮았습니다.
그럼 피지컬 음반 부문은 어떨까. 사실 여기서부터가 복잡한 문제입니다. ‘WAW’ 초동 판매량은 8일 6만6200여장으로 완료됐습니다.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10집 ‘Travel’ 12만8900여장의 절반 수준 폭락입니다. 디지털 음원이야 시기나 전략이 안 맞아떨어지면 가끔 미끄러질 수도 있지만, 온전히 팬덤 몫인 피지컬 음반판매는 또 어쩌다 반 토막이 난 걸까.
물론 이도 굳이 따져보면 이유는 많습니다. ‘Travel’이 2종 사양으로 발매된 데 반해 ‘WAW’는 1종이었단 점, 마마무 데뷔 7주년 기념 서포트 중이었기에 팬덤에서 기습적 앨범 발표에 대비하기 힘들었단 점 등이 꼽힙니다. 또 통상적인 6곡이 아니라 4곡만 들어간 앨범을 비싸게 팔아 구매욕을 떨어뜨렸단 평가도 있습니다. 모두 그럴싸한 얘기들입니다. 그런데 ‘진짜’ 원인은 사실 그런 게 아닙니다. 진짜 원인은, 쉽게, ‘중국’이 사라진 탓입니다.
마마무 중국 팬덤 측 공동구매 물량이 ‘Travel’ 7만2000여장에서 이번 ‘WAW’는 사실상 ‘0’이 돼버렸습니다. 이유도 간명합니다. 지난 3월 마마무 소속사 RBW의 공식 인스타그램과 웨이보에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문이 올라온 사건 탓입니다. RBW 측에선 곧바로 ‘내부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일개 직원의 단독행동이었다고 해명하고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런 조치가 오히려 중국 측 심기를 더욱 거스르게 했습니다. 아예 안 올렸으면 몰라도 ‘올렸다 지웠으니’ 더 관심을 끌고 인상을 남긴 셈입니다. 중국 팬덤 측에선 해당게시물 삭제가 ‘하나의 중국’에 대한 RBW 측 입장인지 해명하지 않으면 RBW 아티스트들을 불매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에 먼저 타격을 입은 게 4월 솔로앨범을 발매한 마마무 멤버 휘인이었고, 이후 상황은 더 악화돼 ‘WAW’에선 아예 공동구매 업체 측의 자체 보이콧은 물론 팬들 개인구매마저 ‘눈치’ 주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애초 중국서 개인으로 사면 앨범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들어 꺼리는 편인데,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벌어진 게 이번 ‘WAW’ 반 토막 음반판매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현시점 K팝 업계 ‘중국몽’ 현실이기도 합니다.
가깝게는 지난달 21일 한미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사상 최초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따른 반발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 모토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휘인 솔로앨범 당시보다 훨씬 거셌던 이번 불매 열기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합니다.
더 넓게는, 지난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흐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거세지고 그에 따라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중국 패권주의 전략이 타격받을 위기에 처하자 그 반발로 중국 내 국수주의가 강화되면서 일어난 흐름. 연말이 가까워지자 김치, 한복 등이 중국 고유문화라 주장하기도 하고, 대중문화계에선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의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을 두고도 비난을 일삼는 등 한층 예민하고 집요해졌습니다.
이쯤 되면 사실상 K팝 업계 측에서 중국시장 충돌 및 불화를 대비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수준까지 갔다고 봐야합니다. 예컨대, 대체 누가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이 문제시되리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겠느냐 말입니다. 나아가 지금은 ‘올렸다 삭제한’ 입장문에 보이콧이 들어가는 정도지만, 곧 중국서 어떤 식으로건 이익을 얻어내는 모든 팀에 ‘하나의 중국’ 등 갖가지 정치외교 사안 입장을 요구하게 될는지 모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너무 과한 비관이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밴플리트상 수상소감, 올렸다 삭제한 입장문 등이 문제 될 수 있으리란 점도 실제 닥치기 전까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상식적인 선에서의 예측, 그에 근거한 대비와 관리는 이미 무의미해졌단 얘기입니다.
이번 마마무 사태는 그 자체론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중차대한 피해는 없었습니다. 애초 중국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던 팀도, 회사도 아닙니다. 그리고 타격을 잘 버텨내고 있기도 합니다. 7만2000여장 중국 물량이 ‘0’이 됐는데도 여전히 6만6200여장은 방어했습니다. 그것도 1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말입니다. 국내 팬덤은 지난번보다 오히려 늘어났단 방증입니다.
엄밀히 ‘중국몽’ 딜레마의 ‘진짜’ 피해자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고 봐야합니다. ‘중국몽’을 아예 미래청사진 큰 축으로 삼고 있는 몇몇 K팝 기업들,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방송프로그램 등 중국 측과 직접적으로 얽힌 경우들이야말로 현시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다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포기 못 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고 지금도 늘어나는 실정이란 점입니다. 세계 대형시장 중 중국은 미국처럼 문화적/인종적 이질감부터 뚫고 나갈 필요도 없고, 일본처럼 현지기업과의 탄탄한 관계가 담보돼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돌파’가 쉽단 인식 탓에 포기도 그만큼 힘듭니다.
그러나 달콤한 면만 보려는 몽(夢)은 어디까지나 몽(夢)에 그칠 뿐입니다. 엄혹한 현실은 지금 아무리 따져 봐도 ‘중국몽’과는 다른 방향과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마무의 이번 ‘WAW’ 반 토막 사태, 그리고 그마저도 실제로 ‘선방’에 가깝단 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하는 K팝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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