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녀, 아름답고도 거침없는 '기록 소녀들'
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고 이달의소녀(LOONA)의 음악을 접했다간 놀라고 맙니다. 소녀라는 네이밍과 달리 이달의소녀의 모습은 자아가 강인한 인격체로 음악을 형상화합니다. 외면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강인함으로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는 이달의소녀입니다.
지난 2016년 독창적인 데뷔 프로젝트를 통해 멤버 개인과 유닛 등을 순차적으로 선공개한 이달의소녀는 2018년 8월 완전체 데뷔 후 'Hi High'(하이하이), 'Butterfly'(버터플라이), 'So What'(쏘왓), 'Why Not?'(와이낫?) 등의 발표하며 '4세대 아이돌'의 핵심 그룹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빌보드 메인 차트 '빌보드 200' 진입, 아이튠즈 51개국 앨범 차트 1위, K팝 걸그룹 최초 북미 라디오 차트 9주 연속 진입 등을 기록하며 일명 '기록 소녀들'이라고도 불립니다.
아이돌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이달의소녀가 입지를 구축할 수 있던 건 퍼포먼스와 세계관의 특별함 때문입니다. 소녀라는 네이밍에서 오는 청순 발랄한 컨셉트가 아닌,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질적 퍼포먼스로 색을 달리했습니다.
이달의소녀는 데뷔 이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댄스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커버곡 대부분이 보이그룹의 노래다.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FIRE)’와 ‘Not Today’, 갓세븐의 ‘Eclipse’, 세븐틴의 ‘고맙다’ 등 쉽지 않은 박력 퍼포먼스를 정석대로 소화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여성과 남성 아이돌의 차이를 묘하게 구분하던 경계마저 깨트리며 이달의소녀라는 존재를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전형성을 깨트린 접근 방식, 이달의소녀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 28일 발매한 네 번째 미니앨범 '&'(앤드)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더 넓고 높은 곳에서 12명의 소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걸그룹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결과물을 다시 한번 내놨습니다. 타이틀곡 'PTT (Paint The Town)'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담긴 댄스 힙합 장르로, 금기에 갇히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체적으로 스스로 확립하고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녹였습니다. 노래의 강렬함 만큼이나 퍼포먼스도 군무와 칼각으로 완성한 파워풀한 에너지가 곳곳에 깔려있습니다.
특히 이달의소녀는 타이틀곡 'PTT' 속 화자를 '새로운 영웅'이라 규정했습니다. 노래 중 '12개의 다른 문을 열어놔 다시 우린 마주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얼핏만 살펴봐도 영웅으로 지칭되는 이들이 바로 이 12명의 소녀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 영웅이 되길 자처하는 이달의소녀는 그래서 더 강한 컨셉트로 그룹을 형상화했습니다. 반달웃음과 긍정 에너지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파하던 츄가 웃음기 싹 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생경함을 들게 할 만큼 말입니다.
'&'를 통해 경계를 넘어 더 큰 변화를 이루고자 한 이달의소녀는 완전체가 모인 형태로 다함께 정형화된 규칙을 깨고 하나가 된 서사를 그려나갔습니다. 이는 데뷔 프로젝트 때부터 이어져온 솔로, 유닛, 완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관 루나버스(LOONAverse)와 연결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루나버스는 이달의소녀가 가진 독자적 세계관으로, 멤버들에게 부여된 각 능력을 함께 발산하고 나누는 공간입니다.
세계관의 확장과 그에 따른 컨셉트의 다양성은 이달의소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오늘날의 소녀를 정의하는 모습은 더이상 여리고 약하지 않습니다. 이달의소녀가 정립하는 세상에선 그렇다. 'PTT'를 구현하는 모든 방식은 강인하고 폭발력 있습니다. 그래서 '예쁘다'는 말보단 '멋있다'는 감상이 먼저 나옵니다. 그렇게 새 시대를 열고 있는 12명의 소녀들, 음악을 통한 가치 확립의 저항성에 귀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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