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우들의 미국행, 편견의 벽 부수다!
2017년에 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학자가 할리우드 캐스팅 감독의 ‘아시아인은 표현을 안 해서 캐스팅이 힘들다’는 발언을 공유하자, 수많은 아시안들이 #ExpressiveAsians(표현이 풍부한 아시아인들)라는 분노의 해쉬태그로 SNS를 뒤덮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4년 동안 아시아 배우계에 가시적인 변화가 이어졌습니다. 우선 이듬해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인들만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로서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업계의 편견을 다소 허물었습니다. 블록버스터들은 ‘다양성’이 시대적 화두가 되자 배우의 인종 구성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2020년이 되어서야 '페어웰'의 아쿼피나가 골든글로브 배우상을 수상한 첫 아시아인이 되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 배우들이 점차 메인스트림에서 인정을 받는 한편, 몇 년 사이 표현력의 대가인 한국 배우들이 때마침 미국 진출에 나서며 ‘표현 못 하는 아시안’ 편견을 더 빠르게 허물고 있어 놀랍습니다. 특히 올해 초 윤여정 배우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면서 아시아 배우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느낌입니다.
샌드라 오가 ‘지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더 체어'가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화제작이 되버리는 상황도 흥미롭습니다. 페이즈 3까지 아시아계 수퍼히어로에 무관심한 듯 보였던 마블 스튜디오는 첫 아시아인 수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런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때마침 '이터널스'의 마지막 예고편도 도착해 역사상 가장 다양한 구성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불멸의 영웅 10명 중 아시아계 배우는 마동석과 쿠마일 난지아니와 젬마 챈, 무려 세 명입니다. 어벤져스 시기와 비교해보면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산행'에서 다양한 표정을 오가며 좀비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았던 마동석은 '이터널스' 멤버가 되어 포스터에 당당하게 Don Lee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한국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보다 유명한 MCU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범죄도시' '악인전' 등으로 친숙한 액션 배우인 그가 우주의 신적인 존재란 설정 아래 주먹을 날린다니, 한국인 입장에선 마블 유니버스가 아니라 마동석 유니버스가 확장되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블 소식에 가려지긴 했지만, '버닝'의 전종서가 주연을 맡은 미국 영화 '모나 리자와 블러드 문'은 9월 초부터 시작되는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전종서가 맡은 역은 정신병원을 탈출해서 뉴올리언즈로 향하는 특별한 능력의 소녀라고 합니다. 전작 '버닝'과 '콜'에서 보여준 연기를 떠올려보면 표현력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아시아 여성을 목격할 법합니다. 전종서가 미국 남부에서 기량을 펼치는 동안, 강동원은 미국 서부에서 캘리포니아 서퍼로 변신해 츠나미를 경험하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 도전에 나섰습니다. LA를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 '#Tsunami>(a.k.a <츠나미 LA'는 팬데믹으로 인해 촬영이 미뤄졌다가 올해부터 현장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한편, 청춘 스타 박서준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태원 클라쓰' 인기에 힘입어 마블 유니버스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는 '캡틴 마블'의 속편인 '더 마블스'의 출연을 확정하고 브리 라슨 및 새뮤얼 L. 잭슨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할리우드 진출 선배들이자 아시아 한류 스타들이었던 이병헌이나 비(정지훈)과 달리, 최근 한국 배우들은 출연작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미국 영화에 캐스팅되는 사례가 빈번해집니다. 일찌감치 배두나가 일본영화 '공기인형'에 도전해 워쇼스키 자매의 주목을 받은 경우와도 비슷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마동석은 좀더 야심찬 행보를 보입니다. 그는 '이터널스' 캐스팅에 멈춰서지 않고 그 스펙을 발판 삼아 한국 콘텐츠를 미국 시리즈로 만들어 자신이 출연하는 계획까지 추진 중입니다. 미국 제작사 스탈링스 텔레비젼은 한국 드라마 '트랩'을 미국 드라마 '더 클럽'으로 개발 중이고 마동석은 여기서 주연을 맡을 계획입니다. '썬스 오브 아나키' '워킹 데드' '나르코스' 시리즈의 공동 작가이자 공동 프로듀서였던 존 로귀다이스의 이름이 함께 올라온 것으로 보건데 공개시 꽤 주목을 받을 시리즈가 될 듯합니다. 이쯤 되면 '<범죄도시: 코리안타운' 같은 글로벌 속편 추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꿈까지 꾸게 됩니다.
홍콩 무협 액션 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대거 진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성룡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고 이연걸은 지금도 '뮬란' 카메오로 등장하는 등 가끔 모습을 비춥니다. 와타나베 켄이나 아사노 타다노부 같은 필모그래피가 훌륭한 일본 배우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구색 맞추기로 등장하는 모습에 안타까워한 적도 있습니다. 프리얀카 초프라나 아이슈워라 라이 등 발리우드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계속되지만 인상적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드뭅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나아져서 양자경이나 견자단처럼 점점 미국 밖 아시아 배우들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살다 보면 양조위가 마블 영화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날도 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ExpressiveAsians 문구는 굉장히 시대착오적으로 보입니다. 아시아계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병풍처럼 서 있기만 했던, 그래서 제대로 표현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이 끝나갑니다. 이제는 아시아 배우가 캐스팅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러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오랫동안 부수어온 편견의 벽 너머로 여러 기회의 싹이 자라납니다. 더 많은 한국 배우들, 아시아 배우들이 전세계 관객들과 소통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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