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김선호표 홍반장, "인생 캐릭터 만났다"
tvN 토일극 '갯마을 차차차'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는 듬직하면서도 어쩐지 사연있어 보이는 김선호의 옆모습입니다. 치아가 아파 시름시름 앓는 동네 할머니에게 "업히라"며 선뜻 자신의 등을 내주면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 없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 앞에서 우두커니 남모를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 동네에서 '반장'을 도맡을 만큼 동해번쩍 서해번쩍 공사다망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그런 남자입니다.
고 김주혁이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홍반장' 속 홍두식이 18년이 지난 오늘날 김선호의 얼굴로 다시 쓰였습니다. '갯마을 차차차'는 '홍반장'의 리메이크작이다. 드라마는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과 홍반장이라 불리는 '만능백수' 홍두식이 바닷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힐링 로맨스를 표방합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세월 속에 재탄생한 홍반장은 김주혁에서 김선호로 옮겨오며 새것의 분위기로 다시 한번 대중들을 매료했습니다. 특징적 매력이 확연히 다른 두 배우인 만큼, 홍반장 역시 요즘 세태의 풍을 실어 좀 더 유연한 인물로 진화했습니다. 김주혁의 홍반장이 우직한 소나무라면, 김선호의 홍반장은 단내나는 과일나무 같습니다. 혜진이 감리(김영옥)가 치료비 때문에 치과 진료를 꺼려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자 "난 할머니처럼 이타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젊어서부터 자식들 위해 안해본 일이 없고 지금도 부담주기 싫어서 저러는 것"이라며 다른 이의 사연을 친절하게 품으며 영화 속 홍반장과는 다른 부드러움을 드러냅니다.
세월을 역행하지 않고 친절하게 요즘 세대의 이해를 관통시킨 김선호표 홍반장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눈길이 갑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과찬이 아닙니다. 김선호는 보다 친절해진 홍반장을 품넓게 형상화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김선호만을 위한 홍반장'을 완성해냅니다.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청량감 넘치는 분위기와 잘생긴 외모는 덤입니다. 대선배 김영옥과도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이루는 넉살과 은근하게 일렁이는 밝음과 고독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파도타기는 두식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킵니다. 그 궁금증은 궁극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집니다.
'투깝쓰' '유령을 잡아라'에서 김선호는 정의감 넘치는 혈기 가득한 얼굴로 사건 현장을 뛰어다녔고, '스타트업'에선 상처 받은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대부분 시련을 겪은 뒤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갯마을 차차차'에서 김선호는 이미 다 자란 어른의 성숙한 태를 두르고 등장합니다. 또렷하고 말갛게 생긴 그의 얼굴이 객체가 뚜렷한 자아를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은 캐릭터에 신뢰감을 실으면서 동시에 친근한 얼굴로 호감까지 더합니다. 김선호는 그렇게 품이 넓은 배우라는 걸 디테일의 차이로 증명해냅니다.
있던 캐릭터를 다시금 되살릴 때, 그것도 꽤나 회자되는 과거의 캐릭터를 재연할 때 그를 얼마나 같으면서도 다르게 연기하느냐가 배우에게 숙제처럼 내어지곤 합니다. 아예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경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같아도, 달라서도 안 되는 복잡한 니즈가 얽혀있어서입니다.
더군다나 홍반장은 대중들이 그리워하는 김주혁의 필모그래피 중심에 쓰여있는 배역입니다. 적지않은 중압감이 있었을 법한데 김선호는 비교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분위기 변주로 두식을 있다가도 없던 새로운 영역의 인물로 피어냅니다. 김선호가 홍두식이 되면서, 홍두식은 김선호를 통해 과거에 놓여있던 김주혁의 얼굴에 기꺼운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아량의 마음까지 갖게 합니다. 새로운 홍반장이 김선호여서 참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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