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t한 이슈들

김대명의 슬기로운 배우생활, 숨은 보석의 발견

by Ms.만능 2021. 7. 18.

 김대명의 슬기로운 배우생활, 숨은 보석의 발견 


'슬기로운 의사생활2' 속 김대명이 연기하는 양석형을 보고 있자면 "저런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신뢰가 갑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응원을 건네는 듯한 눈빛, 나릇한 톤, 배려 깊은 행동 하나하나가 상대에게 믿음을 줍니다. 정기 검진을 위해 여러 산부인과를 다녔지만 양석형과 같은 의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신뢰와 믿음을 주는 그런 의사 말입니다.

 

 


드라마 제목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을제병원에 벌어지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석형은 그 중에서도 산부인과 부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99즈'의 귀여운 곰탱이(또는 마마보이)입니다. 둔하고 미련하다고 해서 '99즈' 친구들이 붙여준 애칭입니다. 정적인 석형과 달리 '99즈' 친구들은 각기 개성이 뚜렷합니다. 개구쟁이 익준(조정석), 부처 정원(유연석), 까칠 준완(정경호), 엉뚱 송화(전미도)까지. 석형은 이 말 많고 탈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강하게 존재합니다. '99즈' 밴드를 재결성하게 된 계기도 석형의 소원 때문이었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 숨 쉬고 사는 게 신기한 귀차니즘의 대명사. 이게 석형에게 부여된 캐릭터 설명입니다. 하지만 외톨이에 귀차니스트인 석형은 아이러니하게 병원에서 탄생의 신비와 생의 경이로움이 찬란하게 빛나는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가장 동적인 공간에 자리한 가장 정적인 인간. 그게 바로 석형입니다. 하지만 석형의 시선을 자세히 따라가다 보면 그의 정적은 필요한 때를 위한 에너지 비축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술이 시급한 산모와 달리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단숨에 제압하고, 모두가 가망 없다 손놓았을 때 홀로 끝까지 산모의 손을 잡으며 아이를 살리려 했던 모습들이 그랬습니다. 자기 공간을 치우는 건 귀찮아도, 환자 앞에선 귀찮은 게 없습니다.

 

 

 

그리고 석형이라는 은근히 빛나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형상화한 건 오롯이 배우 김대명의 역량입니다. 조각미남은  아닌데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마력으로 화면 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가 지닌 마력은 바로 연기입니다. 석형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가장 물음표인 캐릭터입니다. 연기하기가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습니다.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감정을 전달해야 하고, 과묵함 속에서 탄생의 찬란함을 귀히 여기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세밀함이 없다면 금세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역할입니다. 김대명은 섬세하고 은은한 연기로 석형을 그럴 듯한 의사로 만들어줍니다.

 


이는 과거 그를 대중에게 알리게 한 '미생' 속 김 대리를 연기했을 때와 같은 에너지입니다. 숨은 보석을 발견했을 때 마주하는 일종의 희열 같은 것 말입니다. 발견됐지만 또 발견되고, 잘 하는 건 알았지만 또 감탄하게 됩니다. 김대명은 연극판을 통해 차근히 연기 역량을 쌓아 올렸습니다.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한 후 2014년에야 TV 드라마에 진출했습니다. 무명이 길었기에 매 역할마다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작품마다 늘 새롭게 발견되고, 대중에 의해 곱씹히게 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연기뿐 아니라 작품 선택, 타이밍 등 선제적 조건들도 함께여야 합니다.

 

 


김대명은 슬기롭게 자신의 연기 내공을 적재적소에 발휘하는 배우입니다. 연극에선 탄탄히 내공을 쌓아올리고, TV 드라마에선 호감을 쌓아올리고, 영화에선 새 얼굴들을 쌓아올립니다. 총명한 김 대리와 귀차니스트 의사로 호감있게 대중을 휘감았다면, 지적장애인 마약꾼 등의 역할로 업계마저 휘감습니다. 김대명,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 제목처럼 '슬기로운 배우생활'로 대중에게 반가운 배우로 자리하는 중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