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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연예계의 현실 <아이돌> 배우 안희연의 자전적 이야기

by Ms.만능 2021. 12. 19.

 혹독한 연예계의 현실 <아이돌> 배우 안희연의 자전적 이야기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은 배우 안희연(29)의 자전적 이야기였습니다. 극중 그룹 코튼캔디가 겪은 해체 위기, 멤버들의 현실적인 고민, 역주행 기대, 그러나 끝까지 혹독한 연예계의 현실은 실제로 그가 '하니'란 예명으로 활동하던 그룹 EXID의 히스토리와 너무나 비슷했습니다. 

 

 

 

 

 

EXID는 데뷔 초 주목 받지 못했다가 하니를 담은 팬의 직캠 영상 하나로 역주행에 성공, 인기 그룹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현재는 음악, 연기의 각자 분야를 선택해 서로를 응원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제나와 열정이 꼭닮은 하니는 이제 '배우 안희연'으로서 대중을 만납니다.

'아이돌'은 '망돌'(망한 아이돌) 코튼캔디 멤버들의 해체 위기 설움과 냉혹한 연예계의 현실을 그리며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한 청춘들,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안희연은 극중 코튼캔디 리더 제나 역을 맡아 현지(안솔빈 분), 스텔라(한소은 분), 엘(추소정 분), 채아(김지원 분)과 그룹을 다시 일으켜 보려는 정신적 지주로 활약했습니다.

 

 


-'아이돌'을 마친 소감이 다른 작품과는 또 다를 것 같다.

▶촬영을 마친 후 많이 후련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촬영이었지만 함께한 배우들이 좋았다.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이 있다가 다시 혼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 섭섭하다.

-감정적으로 힘든 촬영이었을 것 같다.

▶'아이돌'이 감정신이 많아서 배우들이 많이 걱정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겪어봤던 것이어서 그정도로 힘들진 않았다. 주사도 처음 맞을 땐 엄청 아프지만 익숙해지듯이 괜찮아졌다. 이런 얘기가 있다. 산타를 믿던 아이가 울지도 않고 엄마 말을 잘 들었다. 그러다가 엄마 아빠가 선물을 포장하는 걸 발견했던 거다. 아이는 산타의 존재에 대해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산타가 없는 게 그렇게 나쁜 건가?'라고도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서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얘기가 생각난다. 나는 다시 산타의 존재를 믿어야 하는 상황 같았다. 내가 처음에 감정신을 해야 하는데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눈물이 안 나더라. 큰 마음 먹고 다시 임했고, 상처를 다시 맞닥뜨리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아이돌'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아이돌 드라마들이 참 많았고 내가 겪어낸 시간들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리는 드라마에 전시하고 싶진 않았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고 초등학생들 장래희망 순위 1위가 아이돌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은 아이돌의 애환을 잘 모른다. 아이돌에 대한 판타지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그릇된 로망을 씌울 순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났고, 제작사 PD님이 이걸 만들려는 이유가 선한 의도라는 얘기를 들었다.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느꼈고 나의 시간이 가치있게 쓰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왜 하고 싶었냐면, 아이돌은 '마의 7년'으로 끝을 염두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 다음에 대한 불안함을 그린다. 결국 코튼캔디가 해체하고 멤버들은 행복해한다. 이 드라마는 '연어' 같은 드라마이다. 코튼캔디가 세상에서 얘기하는 '실패'를 하지만 그들에겐 새로운 '시작'이란 메시지가 나에게도 위로가 됐다.

-'아이돌'은 자전적 이야기였다. 대본을 봤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코튼캔디가 행사 등 외부적인 힘듦이 많았다. 그러나 그 힘듦보다 내가 힘들었던 건, 현지가 내 앞에서 '어차피 나는 내일이 없는 애야'라고 말했을 때 죄책감을 느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동생이 그런 말을 할 때 마음이 아팠다. 엘도 '어차피 사람들이 내 노래를 안 듣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마음이 아팠다. 나의 가족들을 볼 때 제일 마음이 아팠다.

 

 

 

 


-제나란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내가 의도적으로 추가한 부분도 많았다. 제나는 쓸데없이 '죄송합니다'란 말을 많이 하고 입에 '감사합니다'가 붙어있었다. 제나는 힘들 때 웃는다. 예전에 내가 슬플 때 방어기재처럼 웃었는데 제나에게 그걸 적용했다. 내가 입던 체크남방도 가져와서 입었다. 사람들이 제나를 하니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스타일링을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역발상으로 제나가 하니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내가 대중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고 인식된 직캠 스타일 그대로를 가져왔다. 예전 EXID 영상, 팬레터도 다시 찾아봤다. 내가 했던 기억들, 고민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안희연에게 제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지.

▶제나가 나의 과거와 되게 비슷했다. 굉장히 이상적이었다. 제나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는 엄청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제나는 결국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옛날에 내 장래희망이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점에서 제나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제나는 어려운 선택을 하면서 본인이 어려울 것을 알았다. 어려운 선택이 본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함이지만 자기학대일 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나의 과거와 정말 비슷하다. 조금은 내려놔야 하겠지만 본인은 그래야만 행복했을 거다.

-연기를 하면서도 이런 성격이 남아있나.

▶아직 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 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라고 생각하며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다. 용기를 내면서 나에게 고마움도 있었던 것 같다.

-코튼캔디에서 리더 역을 맡았다. EXID 리더 솔지를 이해한 부분이 생겼을까.

▶우리 언니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나의 그런 면은 리더였기 때문이라기보다 성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임감이 강한 친구가 리더의 무게를 짊어지면서 더 많은 책임감이 생겼겠다. 나는 '아이돌'을 찍을 때 무조건 안희연이 아닌 EXID 하니라고 했다. 나는 사실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팀 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진짜 많이 변했다. 팀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우리'와 '팀'이 얼마나 강력하고 아름다운 건지 몰랐을 거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프면 나누면 반이 된다는 걸 체득했다. 요즘 사람들에게 '혼자'가 익숙한 시기이지 않냐. 이걸 보는 시청자들이 팀 활동을 통한 가치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튼캔디는 결국 해체를 선택했다. 결말은 어떻게 봤는지.

▶사람들은 팀이란 것에 대해 전형적인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형태로도 팀의 형태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ID와 같은 결말이기도 했는데.

▶작가님이 우리 팀을 많이 반영하신 건가 싶기도 한데 사실 많은 팀들이 그렇게 끝이 난다. 회사가 달라지면서 구성원이 달라지는 것이겠다.

 


-EXID 멤버들 시청 피드백이 있었나?

▶정화가 제나 캐릭터를 잡을 때 함께 해줬다. 대본도 같이 봐주고 5시간씩 매일 줌 화상으로 만나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솔지 언니는 샵에서 만난 후 '야, 잘 될 것 같아. 희연아 느낌이 좋아'라고 해줬다. 혜린이도 '얼굴이 많이 안 좋네'라고 하며 먹을 걸 해주더라.(웃음) LE 언니는 바빠서 못 봤다.


-'아이돌' 촬영을 하며 예전 EXID 시절도 많이 생각났겠다.

▶숙소에 옷이 막 걸려있고 명언이 붙어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나도 '포기라는 건, 넘어질 때 쓰는 말이 아니라 넘어지고 일어날 때 쓰는 말이다', '물이 넘치려면 한 방울이 더 있어야 한다'는 등의 명언을 붙여놨다.

-극중 춤과 노래를 하면서 무대가 그립지 않았는지.

▶내가 7곡을 준비했는데 앨범 준비보다 힘들었다.(웃음) 마지막 무대를 촬영하면서 '이게 내 마지막 무대가 되면 어떡하지? 너무 아쉬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엔 마지막이란 생각까지는 못 했는데 이번엔 아쉬움이 확 와 닿았다. 저희 팬분들은 이번에 무대가 많아서 좋아하셨다.

-코튼캔디 멤버들과 함께한 소감은?

▶정말 너무 고마웠다. 대본을 읽었을 때는 그런 관계성의 제나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이 친구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그게 너무 고마워서 내가 제나이게 되더라. 그 친구들이 현지였고, 엘이었고 스텔라였고 채아였다. 촬영하면서도 '너가 현지여서 고마워', '엘아 사랑해'라는 말을 했다. 감정신들이 엄청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그 정도의 감정이 올라오지 못했을 거다.

-극중 제나는 EXID의 솔지와 같은 리더 역할이었다. 안희연은 EXID 활동 당시 코튼캔디의 어떤 캐릭터와 비슷했나.

▶나는 제나이기도 했고 모든 멤버였다. 그래서 이걸 처음 찍을 때 되게 힘들었던 게, 제나가 분명 선한 캐릭터인데 내가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생활을 하면서 모든 멤버의 역할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더라. 그런 내가 제나 역을 해도 될까란 생각을 했다. 정화와 함께 캐릭터 준비를 하면서 정화가 나에게 '언니한테는 내가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었다'고 말하더라. 그러고 나니까 내가 제나였던 시간들, 엘, 현지였던 시간이 이분법적인 좋고 나쁨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각으로 예뻐보였다. 그 시간 안에 함께 했던 우리 팀원들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이걸 하며 가장 크게 얻은 건, 이제 과거 영상들을 잘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과거 영상을 보면 모르지만 나는 아니까 열등의식, 질투심, 부끄럽고 못나 보이는 감정들이 내 눈에는 보이더라. 지금은 그게 한 인간으로서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준 나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로 자전적 이야기를 보면서, 스스로의 내면도 다시 들여다보게 됐겠다.

▶나의 여러 면들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13년 동안의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면서 인정하기 싫었던 것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코튼캔디 멤버들 외에 김민규, 곽시양과 만난 소감은?

▶(김민규) 그 친구는 강아지 같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대기실을 돌아다니면서 여섯 대기실을 여섯 시간 동안 다 다니더라.(웃음) 너무 사랑스런 친구였다. 정말 핵인싸였고 댕댕이 같았다. (곽)시양 오빠는 첫 촬영이 키스신이었다. 오빠한테는 내가 의지를 많이 했다. 제나는 어떤 사건의 중심이기 때문에 내 역할이 모든 신에서 80% 걸쳐 있었다. 오빠가 나에게 '괜찮아?' 계속 물어보면서 컨디션 체크를 계속 해줬다. 내 스케줄 체크도 같이 해주면서 엄청 잘 챙겨줬다.

-연예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이 드라마가 좋은 게, 성공과 실패가 보통 나눠지는데 실제 삶에선 그게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순간의 합'이란 말을 좋아한다.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소중한 순간에 대해 '성공', '실패'가 아닌 '청춘', '과정', '열정'이라고 다른 걸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드라마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다른 분들에게도 모든 순간이 반짝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덧 30대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30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가 '어른이 되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30대가 된 것 같더라. 그러면서 슬펐고 책임감을 더 많이 느꼈다. 아직 어깨가 무거워지기는 싫고 자유롭고 싶은데 책임감을 져야한다. 어른이 되니 자유가 억압되는 느낌이고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주위의 시선과 분위기가 그래야 내 구실을 잘하는 걸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돌'은 어떤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까.

▶사람이 여러 명 있으면 포지셔닝이 된다고 하더라. 각자 충돌하지 않으려고 사람마다 다른 색깔을 가진다고 한다. 나는 팀 생활을 하면서 그걸 많이 느꼈다. EXID에서 삼촌미가 있었듯이, 이걸 찍으면서 포지셔닝이 확실해지는 걸 느꼈다. 그건 팀일 때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제나의 선택들이 외부에서 볼 때는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일 수 있지만 찬찬히 선택해 보면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선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제나를 보며 시청자들이 용기를 얻으실 수 있겠다. 제나가 5회부터 각성하고 '나는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겠어'라며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면서 멤버들과 많은 걸 놓쳤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제나는 남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할 선택을 한다. 하지만 제나는 자신의 존엄성을 되찾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은 용기를 줄 수 있는 드라마이다. 코튼캔디뿐만 아니라 엔터 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잘 담아냈다. 지한이도 스스로 '어른 아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서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드라마 '아직 낫서른', '유 레이즈 미 업', '아이돌'로 다작을 선보였다. 배우로서 올해를 되돌아본다면?

▶내가 매년 새해에 그 해 목표를 단어 하나로 설정한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실패했다. 올해는 계획한만큼 '활공'을 못했다. 그러기엔 아직 내가 부족한 상태이더라. 그 준비도 없이 '활공'을 하기 힘들었다. 올해는 그 준비를 한 시기라 생각했다. 많은 작품을 하며 예전보다 내가 뭘 조금 더 좋아하고 더 잘 할 수 있을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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