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 2월말 3월초 결정
與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여부 검토
"시장 상황 보면서 결정해야"
"공매도 거래 조회 시스템·개인투자자 보호조치 마련해야"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 여부가 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 결정될 예정입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법으로, 오는 3월 15일 재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20일 기자들에게 "시장 상황을 보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제도 개선안도 준비하고 있으니 그 내용과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3월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다고 보고, 시장 상황을 좀 보자는 것"이라며 "검토 단계로 말할 수준은 아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2월 말이나 3월 초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기자들에게 "지금은 (연장 여부를) 논의하기에 이른 단계다. 거래 내용이 공매도인지 아닌지 표시도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매도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전산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고 현실적으로 차입 공매도 등의 내역까지 모두 전산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입니다. 이에 당국은 차선책으로 공매도 이후 차입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불법 공매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고 있으며 올해 3분기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유 수석부의장은 이어 "한국의 현실에서는 공매도를 이용한 세력들이 대부분 외국 기업"이라며 "국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공매도 운명 가를 금융위 '진퇴양난'…관건은 '정치'
700만 개미투자자의 이목이 그간 별 존재감이 없던 금융위원회 전원회의로 쏠리고 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공매도 관련 사안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속 시원히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금융위가 합의체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으나 평소 금융위의 정책에 대해 막힘이 없었던 은 위원장이 유독 공매도 문제와 관련 금융위 전원회의의 '고유 권한'을 들먹이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를 논의할 금융위 전원회의는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 때 은행과 기업의 생사를 갈랐던 금융위원회(당시엔 금융감독위원회) 이후 이렇게 관심을 끌어던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금융위 멤버 성향은 '공매도 재개'?
금융위원회 위원은 모두 9명이지만 현재는 1명이 결원이어서 조속히 채워지지 않는다면 공매도 재개 여부는 8명이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그간 오는 3월 15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 작업을 벌여왔고 이를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위원들의 성향을 보면 공매도 재개 자체를 반대할 위원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은성수 위원장과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 위원을 포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현재 금융위 전원회의 멤버입니다. 이들 개개인을 뜯어보면 관료나 대학교수, 중앙은행 소속으로 특정 투자 주체의 이해관계보다는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성향입니다.
돌이켜보면 작년 3월 15일 공매도 한시 금지를 결정할 당시의 증시는 무섭게 내려앉을 때였습니다. 2월 14일 2,243.59포인트에서 3월 5일 2,085.26포인트까지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3월 23일엔 1,482.46포인트까지 추락했습니다. 이처럼 패닉 상태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는 공매도 금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000포인트 위에서 코스피 지수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를 유지할 명분은 없습니다. 외국의 사례나 대외적인 시장 신뢰, 주식 가치 확인과 과열 교정 등 순기능도 가벼이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개미투자자의 불만인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은 뒤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동학개미의 우군은 '정치'
하지만 명분이 차고 넘친다고 해서 금융위가 선뜻 공매도 재개를 결정하긴 만만찮은 상황입니다. 증시의 거대 권력으로 부상한 동학개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작년 가을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다가 동학개미의 반발에 밀려 철회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의 계절이 임박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오는 4월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엔 대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의 연장을 요구합니다. 양향자 최고위원과 박용진 의원이 총대를 메고 있습니다. 아직 당 지도부가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 공매도 금지 연기론자들의 세가 커지고 선거가 임박하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금융위의 주축인 관료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수록 압박감은 더할 것입니다. 은성수 위원장은 언론을 향해 "단정적인 보도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최종 결정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고, 금융위 전원회의가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방향이 어떻게 될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금융위 위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한 위원은 "금융위 회의가 열리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뒤 숙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작년 12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영원한 공매도 금지 청원합니다'에는 19일까지 15만6천여명이 가세했습니다. 청원 마감일인 1월 30일까지는 정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 선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주가 흐름도 공매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늠자입니다. 정부로서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위에서 움직일 경우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부담감이 적겠지만 주가가 그 밑으로 떨어진다면 공매도 재개 카드를 뽑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은행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 금지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지수가 올라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판단되면 공매도 재개가 수월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운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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