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역사왜곡 논란 해명에도 촬영 중지 청원→폐지길 걸을까?
역사 왜곡 논란 ‘조선구마사’→‘설강화’로…“민주화 운동 폄훼” 靑 청원 등장
"실제 방영하면 한국 민주주의가 끝나는 드라마다."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단 2회 만에 폐지된 가운데 JTBC에서 방영 예정인 <설강화>도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호수여대의 학생 영초가 피투성이가 된 남파 무장간첩 수호를 운동권 학생인 줄 알고 치료해 주다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립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민주화운동에 앞선 남자주인공 수호(정해인)가 사실은 남파 무장간첩이라는 설정,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재 국가정보원의 전신) 1팀장이 ‘대쪽같은 성격’이라는 부분에서 역사 왜곡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운동권 대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고문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사망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당시 억울하게 고문 받고 죽은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게재됐습니다. 청원인은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주인공을 간첩으로 설정했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은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치않은 안기부의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저 작품의 설정이라 무시하는데 설정자체가 현재의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것을 보면 노골적으로 정치의 압력이 들어간 걸로만 보인다. 드라마가 고의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9만7000여명이 서명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즉각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JTBC 측은 “<설강화>가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며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특히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를 뿐더러 제작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면서 “JTBC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논란이 <설강화>의 내용 및 제작의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JTBC의 이러한 해명에도 드라마에 제품을 협찬하기로 한 가구사가 협찬을 취소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과연 <조선구마사>와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블랙코미디? <설강화> 해명하려다 발목잡은 입장문, 팬들까지 반대 시위
'블랙 코미디'란 포장지로 역사 왜곡 및 간첩·안기부 미화 논란을 해명하려다가 팬들까지 반대에 나선 상황이 됐습니다.
대중이 <설강화>를 이토록 경계하는 이유는 제작진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주요 캐릭터 및 배경 설정부터 이미 '미화' 가능성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납득할만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이번 입장문은 되려 안기부와 간첩이란 단어가 멜로 드라마와 함께 언급된 이질감으로 반감만 사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입장문으로 인해 '간첩' '안기부'가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블랙 코미디'란 이름으로 가볍게 다룰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안기부에 의해 엉뚱하게 간첩으로 내몰려 잔혹한 고문, 나아가 죽음까지 이른 역사를 어떻게 블랙 코미디로 꾸며낼 수 있는지 의문만 남겼습니다. 현재 드러난 설정만으론 대중에게 <설강화>는 블랙 코미디가 아닌 그저 무례한 역사 왜곡이고 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하한 모독에 그쳤습니다.
결국 '설강화' 팬들이 나섰습니다. 조주연 배우 및 드라마 팬들이 직접 성명문을 통해 <설강화> 제작 및 방영을 반대한 것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남자주인공이 간첩인지, 간접 설정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지 ▲간첩 설정인 경우 미화 여지가 있는지 ▲'대쪽같은 인물'이라 표현한 안기부 팀장 소개에 대한 해명 ▲실존 운동권 인물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이름 및 대학교 해명 등을 자체적 입장이 아닌 전문가 자문이 포함된 진정성 있는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팩스·이메일·트럭 등 수단을 이용한 총공 일정을 조정하는 등 반대 시위에 나설 예정입니다.
일부에선 급기야 음모론까지 등장했습니다. 해당 드라마 내용이 민주화를 비하하고 북한 공산 정권(간첩)과 독재 권력(안기부)을 미화해 한국 내부의 좌우 대립을 심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대중이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드라마의 내용에 극도로 민감해진 가운데 <설강화>의 경우 정치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현대사를 소재로 다루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중단된 SBS <조선구마사> 역시 방영 전부터 비슷한 몸살을 앓았다. "최종 시나리오에서는 문제가 될 부분을 전부 삭제한 상태"고 밝혔지만, 열어보니 역시나였습니다. 과연 <설강화>와 JTBC는 이러한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논란을 둘러싼 긴장감은 계속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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