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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코미디는 죽었다(feat. 개그우먼 박나래)

by Ms.만능 2021. 5. 4.

이 땅에 코미디는 죽었다(feat. 개그우먼 박나래)


박나래가 웹예능 '헤이나래' 출연에서 농염한 성(性) 개그를 펼쳤다가 경찰 조사까지 받게됐습니다. 이른바 박나래 성희롱 논란입니다. 한 마디로 웃기는 코미디입니다. 정작 공중파 TV에서는 코미디와 개그 프로가 모조리 멸종했는데 현실 세상은 온통 웃자판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제의 방송은 예전 같으면 은밀한 공간의 심야업소에서나 다뤘을 19금 성 개그를 공공연히 일반에 드러냈다가 여론의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요즘 개그맨들은 소재를 조금만 잘못 고르거나 심하게 다뤘다가는 눈물로 사죄해야됩니다. '무릎 꿇고 머리 박아'급입니다. 군사 독재가 물러나니 그보다 더한 성대결, 세대차이, 인종차별 및 민족주의, 빈부격차, 화이트vs블루, 정치견해 등의 사회적 이합집산 편가르기가 득세한 까닭입니다. 이들 전체를 아우르며 웃기는 재주가 있어야 코미디를 할텐데, 어느 신이 세상에 내려와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지난 3월 23일 '헤이나래' 2화 방송에서 남성 캐릭터 인형을 두고 성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박나래는 인형의 팔을 늘여서 다리 사이에 집어 넣었다. 또한 남성 게스트 앞에서 자위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손짓을 하거나 "바지 속의 고추"라는 발언을 거침없이 이어 나갔습니다. 결국 '헤이나래'는 2화만에 폐지 됐습니다. 

 


내용보다 무대(유튜브)가 진짜 화근이었을터. 아무리 청소년 시청불가를 외쳐도 단속이나 제재가 유명무실한 유튜브에서 형식적인 '19금' 타이틀을 내걸고 '어우동' 생쇼를 펼친건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박나래가 세계 최대 스크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공연한 '농염주의보'에도 결코 덜하지 않은 성 풍자가 섞여있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선에서 끝난 것과 비교하면 알수있습니다.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화, 드라마, 시트콤, 예능 콘텐츠를 시청하다보면 19금이 아닌데도 남녀 출연자들이 남자 성기의 왜소를 비웃거나 그 크기를 과시하는 장면들이 숱하게 나옵니다. 여자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일상에서 끼리끼리 이런 대화와 상황이 오가니까 극화하고 문제삼지 않는게 개방적인 국가 엔터업계들의 제작 실상입니다. 와중에 박나래의 성희롱 경찰 고발은 이들이 개그 소재로 박수칠 희극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됐든 박나래는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성희롱 사죄'를 거듭했습니다.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는 소속사 멘트가 보도를 탔습니다. 꼭 이래야되나.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더니, 요즘 우리네 사회 분위기가 딱 이렇습니다. 니체를 빌지않더라도, 이땅에 코미디는 죽었습니다.

 

 



주구장창 사과하는 박나래 뒤에 쏙 숨은 '헤이나래' 제작진

 

박나래는 현재 ‘남혐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진행되면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제작진은 사라지고 박나래만 남았습니다. 계속 '사과'를 하는 이는 박나래입니다. 경찰조사를 받으며 전한 사과에 이어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도 반성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방송에서 박나래는 고향인 목포의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방문했는데 , 박나래 할아버지는 최근 벌어진 손녀의 논란을 언급하면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그러니까 사람은 미완성이다. 100% 다 잘할 순 없다. 그래도 사람은 노력을 해야된다. 할머니가 지나가면 '나래 할머니다' 그런다. 사람이 어렵겠지만 노력해야된다. 남한테 나쁜 소리 듣지 말아야 되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가만히 듣고 있던 박나래는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손녀 박나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할아버지도 참았던 눈물을 보였습니다.

더불어 박나래는 "나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 같아 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했던 것 같다. 더 좋은 모습으로 노력해야겠다"며 다시 한번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박나래를 향한 분노와 불길은 걷잡을 수 없어 커져, 심지어 박나래가 꾸준히 출연해 온 예능프로그램들에 하차를 요구하는 댓글 테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박나래가 출연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의 TALK 게시판이 막혔습니다. 3일 기준 박나래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네이버TV 토크가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네이버 측은 “출연자분들을 욕설, 비방, 악성 댓글에서 보호하고자 TALK가 비공개로 전환됐다”고 공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별 TALK 게시판에 의견을 남길 수 없게 됐습니다.

특정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박나래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TALK 게시판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박나래의 대표 출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바꿔줘 홈즈’ ‘놀라운 토요일’ ‘신박한 정리’ 등이 이번 조치에 포함습니됐다. 박나래가 출연하고 있는 ‘썰바이벌’만이 해당 게시판이 남아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는 박나래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웹예능 '헤이나래' 제작진은 말그대로 '입. 꾹. 닫'입니다.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내리며 "무리한 욕심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큰 잘못을 통감하고 이에 책임을 지고자 (채널의) 폐지를 결정했다"라고 한 차례 입장을 밝혔을 뿐, 나서서 상황을 책임져야하는 웹예능 '헤이나래' 제작진은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사태에서 진정성 있는 입장이나 행동을 더 취해줘야하는 것이 제작진의 도리입니다.

박나래가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이유불문하고 기획 의도, 대본을 제대로 못 살핀 본인 잘못과 책임이라고 상황을 감내하고 있다면, 정작 박나래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심하지 못한 편집으로 내보낸 제작진 역시 다시금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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