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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김고은, 웹툰 제대로 "찢었다!"

by Ms.만능 2021. 9. 28.

 <유미의 세포들> 김고은, 웹툰 제대로 "찢었다!" 


'만화를 찢고 나왔다'는 뜻의 '만찢(남녀)'라는 단어는 흔히 예쁘고 잘생긴 이를 칭찬할 때 쓰는 말입니다. 대체로 손이 베일 듯 턱선이 날카롭고, 쌍커플이 짙게 져서 눈이 매우 크고, 얼굴이 주먹만큼 작아 적어도 8등신은 돼야 이 '만찢(남녀)'라 불릴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선 배우 김고은은 기존의 '만찢녀'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습니다. 쌍커플이 없는 반달모양으로 길게 뻗은 동양적인 눈매에, 키도 작고 아담합니다. 허나 요새 김고은의 행보는 누구보다 '만찢녀'의 의미를 실감하게 합니다. 원작 캐릭터를 완벽히 자기화시키는 노련한 연기력과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덕분. 비현실적 외모의 의미가 아니라 공감 100% 연기에 "찢었다!"라는 찬사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은 동명의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입니다. 현재 4화까지 방송됐고, 제목에 나와 있는 유미 역은 김고은이 맡았습니다. 원작은 총 512화가 연재되는 동안 대체로 평점 9.99를 기록했을 만큼 마니아 팬층이 두터웠습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상엽 감독이 유미 캐스팅을 두고 고민이 컸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팬들이 워낙 많아서 온라인상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유미는 현실성이 있어야 하고 동시대의 공감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원작 팬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그렇다고 수렴할 수도 없었던 이 감독이 떠올린 혜안은 바로 김고은이었습니다.

 

 


사실상 웹툰 속 유미의 비주얼과 싱크로율 100% 배우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눈은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턱은 또 베일 듯 날카롭습니다. 사실상 유미와 김고은의 싱크로율은 귀여운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것 빼곤 찾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김고은을 매칭한 건 평범한 듯하면서도 특별한 얼굴과, 첫 드라마 tvN '치즈 인 더 트랩'을 통해 보여준 '웹툰의 자기화'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유미와 세포들'은 30대 직장인 유미와 그의 세포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유미에 대한 기본 설정은 리얼리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직장 생활, 굴욕적이었던 연애 경험 등 유미의 삶은 마치 동세대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듯 짙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김고은은 이러한 평범한 여성의 얼굴을 보여주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마스크를 지닌 배우입니다.

 

익숙한 무쌍의 반달눈으로 거리감 없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김고은이 내뱉는 대사톤 역시 과장되거나 인위적이지 않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어투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캐릭터에 힘을 실어줍니다. 3회에서 아픈 자신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 후배의 참견을 참다가 결국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내 일, 내 사생활, 제발 참견하지 말라고"라며 울분을 터트린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쾌감을 자아낸 건 오바하지 않으면서 정돈된 호소력으로 대사를 뱉은 덕이었습니다.

 

 


그의 캐스팅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원작 팬들은 이러한 김고은의 연기를 보며 단 4회 만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우려들은 응원으로 변했고, 감독의 결정을 이젠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김고은에게 이러한 수난은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 '치즈 인 더 트랩'의 홍설 역에 캐스팅 됐을 때에도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이때도 너무 닮지 않은 비주얼이 문제였습니다. 허나 김고은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홍설을 철저하게 웹툰 밖으로 끄집어내 자기화 시켰습니다. 홍설 역시 보통의 여학생이었고, 그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꽃피우는 게 김고은의 매력입니다. 만화 속 캐릭터를 아예 현실에 발붙이게 만들어 버리는 식입니다. 현실에 있을 법해서, 웹툰이라는 판타지적 비현실을 지워버립니다. 그렇게 김고은이 지워낸 판타지는 현실의 공감이 대체하며 더한 몰입을 자아냅니다. 김고은이 찢어 놓은 웹툰은, 그래서 더 사랑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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