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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영화 추천

스타일리쉬한 홍콩영화 [중경삼림] 1부 리뷰 (스포有)

by Ms.만능 2020. 10. 28.

스타일리쉬한 홍콩영화 [중경삼림] 1부 리뷰 (스포有)

 

 

오늘 소개드릴 영화는 홍콩의 뒷골목을 매력적으로 담아낸 왕가위 감독의 작품 [중경삼림 重慶森林]입니다. 영화는 총 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첫번째 에피소드에 대한 리뷰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경찰 223(금성무)과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임청하)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한 띵언을 남긴 에피소드였죠.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이 [동사서독]이란 작품의 작업 기간 중,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기분전환으로 잠깐 짬을 내서 찍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사실 큰 울림이 없었는데, 시간이 흘러 사랑을 해볼만큼 해본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엄청난 수작으로 느껴지네요. 홍콩 특유의 느와르적인 분위기도 살리고, 개봉한지 20년도 넘은 작품이지만 영상미도 감각적이라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손색없을 작품입니다. 

 

 

제목 중경삼림은 중국 남서부의 대도시 충칭시의 이름을 딴 홍콩에 있는 유명한 빌딩 중경맨션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중경맨션은 홍콩에서도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수상쩍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마굴로 유명한 건물이라고 하네요.

 

아래 내용은 영화 내용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중경삼림] 영화정보

1995년 9월 2일 개봉, 101분

홍콩 멜로/로맨스

감독 : 왕가위

출연배우 : 임청하, 금성무

 

 

[중경삼림] 줄거리

 

"어깨를 스치며 살아가지만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지나친다. 하지만 어느 날엔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가까이 스치던 순간에는 서로의 거리고 0.01cm가 안 되었다"

 

 

경찰223은 4월 1일 애인 메이에게서 이별통보를 받습니다. 만우절에 헤어졌기에 그녀의 이별통보가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한 달 뒤인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 연락이 없을 시,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는 헤어진 날부터 매일 5월 1일이 기한인 그녀가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샀습니다. 30개의 통조림을 다 사기전 그녀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죠.  

 

그의 실연 극복 방법은 여기저기 전화해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그래도 극복이 안되면 조깅을 하는 것입니다. 조깅을 하면 몸속의 수분이 빠져나가 더이상 눈물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6개월동안 쫓던 지명수배범을 검거한 그는 메이를 떠올립니다. 좋은 소식이 있을 때면 항상 사랑하는 그녀에게 먼저 알려주었던 그였습니다.

 

 

5월 1일이 되기 2시간 전, 경찰223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지만 이미 알바생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통조림을 폐기처분한 뒤였습니다. 알바생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찾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다들 신선한 걸 찾지, 누가 기한 지난 걸 좋아하냐 비웃습니다. 마치 자신의 기한지난 사랑을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는 알바생에게 억지를 부립니다. 그의 억지에 알바생은 기한지난 폐기처분될 통조림 상자 한 박스를 그에게 건네줍니다. 그는 한동안 기한지난 통조림들을 바라보며 유효기한에 대한 생각에 빠집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어느 물건이든 기한이 있다. 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에 유효기한이 없는 것은 없는 걸까?"

 

마침내 그는 편의점에서 30번째 파인애플 캔을 구했고 5월 1일이 되었습니다. 그날 아침,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이 파인애플 캔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30개의 통조림을 모두 먹으며 그녀가 좋아하는 과일이 두리안이 아닌것에 감사하며 그녀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외로움에 지친 그는 바에가서 술을 마시기로 합니다. 구석에 자리를 잡은 그는 바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처음 들어온 금발머리의 여자는 57시간 전, 그가 범인을 쫓다 잠시 스친 마약밀매 중계인입니다. 그녀는 언제 비가올지 모른다는 핑계로 늘 레인코트에 선글라스까지 쓰고 다닙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홍콩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표준어)로 그녀에게 파인애플을 좋아하냐 말을 겁니다. 혼자 있고 싶던 그녀에게 외로움에 사무쳤던 그는 자신의 실연스토리를 말해주고, 그녀는 그런것들은 다 부질없다는 듯 독백합니다. 

 

"사실 한 사람을 이해한다 해도 그게 다는 아니다. 사람은 변하므로. 오늘은 파인애플을 좋아하는 사람이, 내일은 다른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취한 여자는 쉬고싶다고 얘기하고, 둘은 가까운 호텔에 들어갑니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피곤했는지 바로 잠에 들어버리고, 그는 그녀의 옆에서 영화를 보고 샐러드를 먹는 등 외로운 밤을 지새웁니다. 동이 트자 그는 호텔을 나섭니다. 호텔을 나서며 아름다운 여자는 구두가 깨끗해야 한다며 자신의 넥타이로 깔끔하게 닦아줍니다. 호텔밖을 걸어가는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입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 그는 떠나간 애인에 대한 미련과 눈물을 모두 날려버리기 위해 힘차게 조깅합니다. 그리고 그 결심으로 운동장을 떠날 땐 삐삐를 이곳에서 두고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삐삐를 두고 자리를 뜨려던 그 때, 기적처럼 다시 울리는 삐삐. 메세지의 주인공은 지난 밤 바에서 만난 그녀였습니다. 그녀에게서 받은 생일 축하 메세지에 그는 평생 이 여자를 잊지 못할 것이라 독백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기한이 영영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년 후로 적어야지..."

 

 

 

[중경삼림] 주관적 리뷰

이별로 인한 빈자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워가는 경찰223, 사랑에도 기억에도 모두 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스스로 그녀에게 5월 1일까지란 기한을 두고 이별의 수순을 밟아나갑니다. 결국 기한은 다가오고, 그녀를 생각하며 산 30개의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두 비워버린 조금은 미련스러워 보이는 그. 조깅을 해서 몸안의 수분을 분출해버려 눈물과 미련을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굳은 의지는 새로운 사람이 건넨 생일축하 메시지에 금방 평온을 찾게 됩니다.

 

감정에 유통기한을 부여하는 그의 대사는 너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막상 내 입으로 뱉어보기에는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대사지만 사랑때문에 아파해 본 사람들은 격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대사인 것 같습니다.  

 

 

그의 대사처럼 기억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에 헤매이는 일은 없겠지만,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이 있기에 우리는 추억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죠. 우리의 기억속엔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옷깃을 스쳐간 인연도 있습니다. 추억속에 우리가 걸어온 날들도 아름답지만 앞으로 만들어갈 추억을 기대하며 살아보는건 어떨까요. 순간순간을 불꽃으로 살 순 없지만 지금 이 순간도 어쩌면 먼 훗날에 돌아보게 될 아름다운 순간일지 모르니깐요.

 

다음에는 [중경삼림] 2부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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