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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영화 추천

설레는 사랑 영화, 추억의 그 영화 [첨밀밀] 리뷰(스포有)

by Ms.만능 2020. 9. 29.

설레는 사랑 영화, 추억의 그 영화 [첨밀밀] 리뷰(스포有)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 영화가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휩쓸며 영화계 강자가 되었지만, 1980~90년대홍콩 영화가 아시아 영화 시장 부동의 이었습니다. 첨밀밀 역시 홍콩 영화의 황금기에 탄생한 영화였죠. 중화권 최고의 인기가수 등려군의 노래와 당시 핫하디 핫한 스타 여명장만옥이 출연하면서 이 영화는 개봉당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중국 문화에 아무리 관심 없다고 해도 [첨밀밀]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영화는 못 봤어도 한번쯤 들어봤을 OST '첨밀밀''월량대표아적심'은 이제는 고인이 된 대만 여가수 등려군의 대표곡들입니다. 우연히 TV에서 다시 보게 된 [첨밀밀]요즘 영화들처럼 영상미가 화려하고 다채롭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섬세한 감정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Comrades : Almost a love story>

<동지들 : 사랑이야기에 가까운>

[첨밀밀] 중국어 제목을 번역하면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인데 영어 제목이 중국어 제목보다 영화 내용을 관통하는 듯 보이네요. 영화 속 사랑은 사랑 이야기에 가까울 뿐 진짜 사랑 이야기는 아니며 자신은 소군과 동포도 동지도 아니라며 스스로의 정체성과 감정을 부정했던 이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은 영화의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첨밀밀 영화 정보>

1997년 3월 개봉, 118분

홍콩 멜로/로맨스 영화

감독 : 진가신

출연배우 : 여명, 장만옥

<첨밀밀 영화 줄거리>

1986년 3월 1일


열차는 많은 인파들을 쏟아내고, 여소군은 모든게 낯설기만 한 홍콩에 도착합니다. 소군은 돈을 벌기 위해 중국 무석에서 홍콩으로 왔고, 홍콩에 자리잡은 고모의 도움으로 사창가에 숙소도 얻고, 시장 작은 닭집에 일자리도 구하며 홍콩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시골출신의 여소군은 시끌벅적한 홍콩을 신기해하며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중국 내륙과 달리 홍콩에선 광동어와 영어로만 소통이 가능했었죠. 어느날 맥도날드를 찾은 소군은 햄버거 주문에도 애를 먹던 찰나, 표준어를 할 줄 아는 종업원 이요를 만나게 됩니다. 이요는 순진한 여소군에게 영어가 가능하면 어디서든 일 할 수 있다고 부추겼고, 비싼 돈을 주고 영어학원에 등록하게 하여 소개비를 챙겼습니다. 



이요는 돈을 벌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알바를 했는데, 순진한 여소군을 이용해 종종 자신의 알바에도 부려먹었습니다. 여소군은 이요를 자전거 태워주기도 하고, 함께 등려군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둘 사이엔 소소한 추억들이 쌓이기 시작했죠. 



1987년 되기 하루 전


이요와 여소군은 이요의 아이디어로 새해 전야에 대만 여가수 등려군의 테이프를 노점에서 판매했으나 둘의 노력에도 테이프는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날은 춥고, 비는 내리고, 이래저래 안되는 장사를 뒤로 하고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 이요는 작년 중국 광주에서 등려군 테이프를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긴 경험을 이야기하다 대륙 광주 출신임을 들키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은 여소군도 대강 눈치채고 있었으나 굳이 캐묻지 않았던 것이었고, 자신이 종종 그녀에게 이용당하는 것까지 알면서도 당해주지 않으면 자신을 찾지 않을까봐 계속 눈감아 주고 있었던 것이었죠. 



솔직한 속마음을 고백한 둘은 더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결국 친구라는 선을 넘어버립니다. 하지만 여소군에게는 고향에 두고 온 결혼을 약속한 애인 소정이 있었고 그는 이요와 소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차곡차곡 돈을 모으던 이요의 꿈은 모아둔 돈으로 주식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집을 사는 것입니다. 그 꿈을 위해 그녀는 목숨걸고 일할 자신이 있었죠. 


1987년 10월


주식으로 성공을 꿈꾸던 이요는 주식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날리게 됩니다. 이요는 다시 닥치는대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고, 힘들지만 마사지 업소에서까지 일하게 됩니다. 어느날 손님으로 만나게 된 불법사채업자 구양표는 동료들과 험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도 본인을 무서워하긴 커녕 무서운건 쥐밖에 없다는 그녀의 당돌함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쥐를 무서워 한다는 말에 귀여운 미키마우스 타투를 하고 오기도 하죠. 난폭한 줄만 알았는데 귀여운 구석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요는 자신이 처한 현실도, 여소군과의 관계에도 모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여자친구를 두고도 애매하게 자신을 대하는 소군에게 점점 지쳐가고 있을 무렵,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팔찌와 같은 팔찌를 이요에게도 선물하겠다는 소군의 순진한 말에 정신이 번쩍들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만약 소정이 어느 날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그 둘이 우리처럼 자주 만나고 간혹 잠자리를 가지면서도 그저 친구사이라고 한다면 넌 어떨거 같아? 여소군 동지, 가 홍콩에 온 목적은 네가 아니야. 네가 홍콩에 온 목적도 내가 아니고



그렇게 둘은 이 애매한 관계를 정리하기로 합니다. 


1990년 겨울


시간이 흘러 여소군은 홍콩에서 소정과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을 축하해주러 온 이요와 재회하게 됩니다. 이요는 성공을 위해 구양표와 연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소군의 옆엔 소정이, 이요의 옆엔 구양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의 재회는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불씨를 건드리게 되고, 소군과 이요는 조금씩 흔들리게 됩니다. 



이요는 그렇게 원했던 성공적인 삶으로 조금씩 걸어가고 있었고, 미안함 때문인지 소정이 홍콩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계속해서 마주치는 소군과 이요는 애써 감정을 부정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둘의 추억으로 남은 등려군을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게 되며 애써 밀어내던 둘의 감정은 다시 불이 붙게 됩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소군과 이요는 각자 소정과 구양표에게 사실을 고백하기로 결심합니다. 이요는 구양표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는 사건에 휘말려 외국으로 도망가야 했고, 그가 떠나기 전 여소군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기 위해 항구까지 찾아갑니다. 이요는 여소군을 항구에서 기다리게 하고, 구양표를 만나러 갔죠.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고 자신은 괜찮다며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애처로운 구양표를 버릴 수 없었던 이요는 결국 소군을 항구에 남겨두고 구양표와 함께 떠나게 됩니다.   



항구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요를 기다리며 홀로 남겨진 소군은 끝내 아내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고 소정과의 이별을 선택합니다. 그의 고모도, 영어 강사도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나고, 소군은 그와 친한 주방장이 일하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1993년 가을


소군과 이요의 운명은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과거 호화로운 삶을 살았던 이요와 남친은 여전히 쫓기는 삶을 살고 있었고, 어느 날 이요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친구는 총격에 의해 사망하게 됩니다. 불법체류까지 발각된 이요는 더이상 미국에서 지낼 수 없게 되었고, 공항으로 가는 중 소군을 발견하곤 그를 뒤쫓아 가지만 결국 놓치고 맙니다. 



1995년


이요는 미국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었고, 소군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홍콩에서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입니다. 소군과 이요는 등려군의 사망소식을 듣고는 과거 홍콩에서의 수많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헤맵니다. 그러다 어느 상점 TV속에서 흘러나오는 등려군의 노래를 듣고선 발걸음을 멈추고, 그 곳에서 이요와 소군은 또 다시 운명적으로 재회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10년 전 1986년 3월 1일, 같은 전철에서 내리는 여군과 이요를 비춥니다. 사실은 소군과 이요가 같은 날 홍콩에 도착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첨밀밀 주관적 리뷰>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된 홍콩은 아시아 최고의 도시로 번영하여 중국과는 달리 성공의 기회가 널린 곳이었고 중국 내륙인들에겐 홍콩으로 가 돈을 버는 일종의 홍콩드림이 있었습니다. 영화 속 소군과 이요가 바로 그 기회를 잡으러 홍콩으로 간 것이구요.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듯 중국 본토인들의 홍콩에서의 적응은 쉽지 않았습니다. 홍콩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어렵게 도착한 홍콩에선 사람들이 표준어가 아닌 광동어와 영어만을 사용했으며 곳곳에 즐비한 중국 내륙에선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자본주의 물질들이 그들을 주눅들게 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홍콩으로 돈을 벌러 간 중국인들은 대륙 출신이라는 것을 최대한 숨기려 하였고 이는 영화 속 이요의 등려군 테이프 사업이 망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첨밀밀은 영국의 품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가야하는 홍콩의 처지를 비유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중국 표준어를 사용하며 본토에서의 삶만을 살던 소군은 중국을, 광동어를 사용할 줄 알며 서양 문물을 많이 접해 본 이요는 홍콩을, 사랑의 엇갈림은 중국으로 속해지길 두려워하는 홍콩인들의 심리를, 등려군의 죽음은 99년간의 식민지 조약이 끝난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의 재회는 홍콩의 반환을 의미한다는 해석들도 있었죠. 사실 이 시기의 홍콩 영화들은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영화로 표출했었기에 이러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과정을 그린 해석보단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주목하면 어떨까 합니다. 주인공 이요와 소군의 운명적인 사랑 뿐만 아니라 영화속 모든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격려하는 구양표의 순애보적인 사랑, 죽기전까지 젊은 시절 딱 한 번 만났던 윌리엄이란 영화 배우와의 추억을 간직하며 떠난 고모의 잊지 못하는 사랑, 에이즈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어나가는 태국 창녀 개란과 영어 선생 제레미의 끊을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소군의 진심을 모두 듣고서도 그를 붙잡고 싶은 소군의 아내 소정의 미련한 사랑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었죠. 이 사랑은 하루 하루 고된 그들의 삶을 계속해서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는 등려군의 첨밀밀이나 월량대표아적심의 가사와도 이어져 영화 초반부터 수 없이 삽입되었습니다. 



추억속 영화 [첨밀밀], 굉장히 오랜만에 꺼내 본 영화라 더 뭉클한 감정이 드네요. 오래된 서랍속 눅눅해진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 본 느낌이라 감성돋는 것 같아요. 그럼 이상으로 [첨밀밀] 리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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